국내 게임시장이 외형은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외산 게임들의 잔치」에 그쳐 국산 게임의 사정은 그다지 좋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반적인 수요감소와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 여파로 크게 위축됐던 국내 게임시장은 올 상반기에는 PC게임방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4배나 많은 7000여개로 늘어난 데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게임대회 등에 힘입어 PC게임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70%이상 증가한 260억원대, 온라인 게임시장 역시 100%나 증가한 50억원대로 팽창하면서 IMF이전 보다 오히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PC게임
PC게임 시장은 멀티플레이어 지원 기능을 갖춘 외산 게임을 중심으로 극도의 수요 양극화 현상을 보인 가운데 장르별로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강세를 보였다.
주요 제품별 판매실적을 보면 작년 말 13만 카피를 돌파한 미국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가 올 상반기중 47만 카피(게임방 교체 물량 14만 포함)가량 판매돼 식지않은 인기를 입증했다. 올 초 나온 이 게임의 확장팩 「브루드 워」 역시 38만여 카피가 판매되는 등 현재까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총 98만여 카피가 국내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의 한국 현지법인 EA코리아가 출시한 「피파축구 99」는 국내의 축구열풍을 타고 9만5000여 카피가 판매돼 스포츠 게임시장을 석권했다.
이들 게임 다음으로 반응이 좋았던 게임은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창세기외전2템페스트」로, 현재까지 9만여 카피를 돌파, 국산 게임의 체면을 살렸다.
미국 레드스톰사가 개발한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 「레인보우 식스」와 EA의 농구게임 「NBA라이브 99」가 각각 7만여 카피가량 판매됐으며, 지난해 미국에서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인정을 받은 미국 인터플레이사의 「발더스 게이트」는 4만3000여 카피가 팔려나갔다.
또한 맥시스사가 개발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 3000」, 일본 고에사의 「삼국지 조조전」, 하이콤엔터테인먼트의 「코룸3」 등이 각각 3만여 카피가 판매됐으며, 타프시스템의 「대물낚시광」과 대만산 게임 「풍운」이 각각 2만5000여 카피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 밖에 에이도스사의 액션 게임 「툼레이더3」, 캡콤사의 「바이오 하자드」, 시에라의 「시저3」와 「하프라이프」 「짱구는 못말려2」 등이 각각 1만5000 카피 가량 판매됐으며, 「임진록영웅전설」 「세틀러3」 「문명콜투파워」 등은 각각 1만여 카피가 팔렸다.
주요 제작 및 유통업체별 매출실적을 보면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판매원인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가 130억여원의 매출실적으로 일약 PC게임시장의 선두로 부상했으며, 「피파축구」를 비롯, 20여종의 게임을 직판 공급한 EA코리아(대표 아이린 추어)가 60억여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발더스게이트」 「짱구는 못말려2」 등을 제작한 삼성전자는 20억원을, 「툼레이더 3」 「바이오 하자드」 등 10여종을 공급한 (주)쌍용(대표 안종원)은 16억여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위저드소프트·비스코·카마엔터테인먼트·메디아소프트 등 주요 업체들이 10억∼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적으로 올 상반기 PC게임시장은 게임방을 장악한 외산 게임의 압도적 우세 속에 상대적으로 국산 게임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시황을 보였다. 그 와중에 판타그램·타프시스템·조이맥스 등 개발력을 인정받은 몇몇 업체들이 대규모 벤처투자를 유치한 것을 위안 삼아야 할 정도였다.
PC게임 업계 판도 역시 LGLCD와 SKC에서 각각 한빛소프트와 위자드소프트가 분사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 제작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약화됐으며, 총판유통을 대신해 등장한 서점 및 인터넷 마케팅 등 새로운 대안유통이 부상,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했다.
온라인게임
상반기 온라인 게임 시장 역시 PC게임방 특수로 인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 온라인 게임 매출이 10억원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23억원 가량에 달했다. NC소프트도 「리니지」 하나만으로 상반기에 약 13억원의 매출을 올려 온라인 게임시장의 활황세를 반영했다. 이밖에 액토즈소프트·태울 등도 월 평균매출 1억원을 돌파했으며, 청미디어·팬택네트·애플웨어 등도 올들어 매출이 30∼50%이상 늘어났다.
인기게임을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서버 및 회선의 용량이 한계에 달해 신규 설비투자를 해야 할 정도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누리자 이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꼬리를 물면서 상반기에 시범 및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신규게임이 10여종에 이르는 등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일부 온라인 게임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가 PC게임방에서 발생할 정도로 게임방이 주수입원으로 떠오르자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이 시장을 보다 많이 점유하기 위해 영업력을 집중했다.
그동안 롤플레잉 게임이 대부분이었던 온라인 게임시장은 올들어 액션 장르인 「배틀드래곤」 「스타체이스」, 전략 시뮬레이션인 「택티컬 코맨더스」, 전략 카드게임 「신들의 여명」이 선보이는 등 앞으로 온라인 게임도 PC게임 못지않게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