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이면 「학교종」이 인터넷에 울려퍼진다. 사이버대학 9개교와 사내대학 1개교가 교육부의 정식 설치인가를 얻어 개교한다. 지금껏 일반대학의 사이버 강좌는 여럿 있었지만 순수 사이버대학이 개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의 확산이 마침내 「www대학생(?)」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인터넷을 통해 학사·전문학사 학위를 딸 수 있는 사이버대학의 모집 정원은 6220명. 사이버 대학 1기생이라는 명예와 함께 사이버대학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이번 신입생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물론 대학에 따라 수능시험을 적용하는 학교와 적용하지 않는 학교가 차별화 돼 있지만 인터넷이 배출한 인재들이란 점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사이버대학의 설립은 단순히 교육 방식의 변화 정도로 인식할 수는 없다. 사회 통신 인프라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의 보급이 밑바탕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이버대학의 설립이 있기까지는 인터넷 보급은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인터넷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인터넷 인구 1800만명, 초고속인터넷 가입 400만 가구. 지난 99년 1학기 5만6000명이던 사이버 수강생이 지난해 1학기 20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4년제 대학생 8명중 1명이 사이버 수강생인 셈이다. 이같은 통계를 볼 때 표면적인 인터넷 보급률뿐만 아니라 인터넷 활용도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수위의 국가다. 결국 인터넷의 저변확대가 교육 패러다임 변화라는 사회변화의 전환점을 그렸다.
사이버대학이 갖는 각별한 의미는 또 있다. 그동안 평생교육을 외쳐왔지만 교육 수혜자는 한정돼 있었다. 교육기관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입학도 어려웠고 정식대학으로서 인정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나마 일반인의 경우 시간을 쪼개거나 일반대학과 맞먹는 학비를 지불해야만 받을 수 있는 열악한 교육환경이었다. 학벌이 중시되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러한 교육 인프라의 부재에서 발단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2001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사이버대학이 문을 열면서 기존 집체식 교육을 탈피한 새로운 교육형태가 등장하게 됐다. 교육 역사의 새장을 열게 된 것이다. 사이버대학을 단순히 원격교육의 한 장르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식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정규대학으로 인정받았다는 점과 평생교육의 문호를 넓혔다는데 21세기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문화된 학과는 첨단직업교육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도 사이버대학이 주목받는 이유중 하나다.
특히 사이버대학의 특징중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존 오프라인 대학에서 볼 수 없었던 특화된 영역 중심의 교육이란 점이다. 「인터넷 콘텐츠학부」 「벤처경영학과」 「e비즈니스학과」 「사이버NGO학과」 「게임PD학과」 등 일반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특화된 영역을 전문적으로 배운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졸업 후 곧바로 실무적용이 가능하다. 직업교육과 연계된 대학교육이란 점이 사이버대학의 가장 큰 강점이다. 더불어 기존 일반대학의 50%에도 못미치는 교육비는 고등교육 인재 양산을 통해 「사회 지성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이밖에 사이버대학이 갖는 장점은 다수 있다. 오지나 해외에 있는 학생들도 대도시나 본국의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 수많은 직원들을 한꺼번에 모아 교육하는데 필요한 시간적·금전적 투자를 절감할 수 있다. 피교육자가 이해못한 부분을 되풀이해 배울 수 있어 교실 교육보다 탄력성이 있다. 올해 사이버대학의 운영은 대학 자체교육뿐만 아니라 사이버교육 전체의 시험무대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사이버대학은 대학간 컨소시엄을 통해 만들어진 △성균관대 등 14개 대학이 참여해 인터넷콘텐츠학과 등 4개 학과 800명을 모집하는 「열린사이버대학(OCU)」 △연세대 등 36개 대학이 벤처경영학과·법학과 등 5개 학과 900명을 모집하는 「한국사이버대학(KCU)」 △고려대 등 7개 대학이 7개과에서 900명을 선발하는 「한국디지털대학(KDU)」 △동아대 등 8개 대학이 참여해 4개 학과 800명을 모집하는 「서울디지털대학(SDU)」 등 4개교다.
또 경희대가 「경희사이버대학」(4개과 800명 모집), 세종대가 「세종사이버대학」(5개과 500명 모집), 민간법인 동오재단이 「서울사이버대학」(2개과 900명 모집)을 설립하는 등 학교법인이나 재단법인이 단독으로 설립한 대학이 3개다. 전문학사 학위과정은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이 만든 「경북사이버대학」(3개과 120명 모집), 한성신학교가 만드는 「세계사이버대학」(5개과 500명 모집) 등이다. 또 삼성전자가 종업원을 위한 사내대학으로 신청한 「삼성반도체공과대학(SSIT)」에 대해서도 설치가 인가됐다. 삼성반도체공과대학은 디지털공학과, 디스플레이공학과 등 2개 학과에 전문학사과정 65명을 종업원 중에서 선발할 예정이다. 표참조
21세기 디지털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사이버교육은 정보와 지식을 상호 공유하려는 모든 네티즌들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있어서 대학 졸업장은 취업과 평생고용에 대한 일종의 보증수표였다. 그러나 사이버대학의 등장으로 학벌위주의 사회가 실력위주의 사회로 변하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