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1960년 ‘세계 기상의 날’을 제정한 지 45년이 흘렀다. 세계 185개 회원국은 지난해 12월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의 위력에 놀랐고, 게으른 위험통보가 불러온 재난에 몸을 떨었다. 가깝게는 엊그제 우리나라 남해한 후코오카에서 발생한 지진이 우리를 떨게 만들었다. 전세계는 이처럼 언제든지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상변화에 대해 ‘과학적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23일 기상의 날을 맞아 우리의 준비태세를 점검해 본다.<편집자>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류 흐름을 바꾼다. 그 영향으로 지구의 북반구가 빙하로 덮이기 시작한다. 서울 숭례문(남대문)도 1만년여 전 빙하기 이래 가장 혹독한 추위에 꽁꽁 얼어붙는다.
지난해 5월 국내에 개봉됐던 공상과학(SF)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 속 풍경그대로다. 지구 곳곳에서 감지되는 이상기후현상은 더 이상 징후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2일 예상치 못한 서울지역 폭설로 3월 첫 출근길이 마비된 데 이어 20일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리히터규모 7의 강진이 발생해 큰 소동이 일었다. 멀게는 2004년 12월 남아시아 지진해일이 23만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그해 3월에는 예측하지 못한 100년만의 3월 폭설이 한반도 허리(중부지방)를 뒤덮기도 했다.
유엔(UN) 재해경감전략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세계 자연재해 피해액은 약 4000억달러로 1950년대보다 10배나 늘었다.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의 자연재해 피해액이 약 10조원으로 1990년대 10년간을 합친 것보다 2배나 많았다.
지진, 지진해일, 태풍, 황사 등 전에 보지 못한 규모의 기상변화에 대한 새로운 대응체계가 필요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간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한 21세기형 기상정보 생산·전달시스템이 경제·산업·과학기술·정보통신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기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형 예보시스템이 당면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부터 ‘디지털 예보’가 시험 운영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수요자 중심 디지털 예보체계=기상청은 오는 10월부터는 매일 약 4800만건의 상세 예보를 생산, 유무선 통신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국민에 보급한다. 한반도와 인근 해상을 5㎞×5㎞로 나눈 총 3만개 격자점(예보대상구역)에 대한 기온·강수량·하늘상태 등 12개 기상요소를 만들어내 3시간마다 16단계로 제공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우리 동네(5 평방㎞) 기상예보를 3시간마다 48시간 이후까지 인터넷, 휴대폰 등을 통해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윤석환 기상청 예보관리과장은 “현재 초당 1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슈퍼컴퓨터 2호기(Cray-X1e) 성능을 3분의 2 가량 증설해 5㎞×5㎞ 기상예보체계를 운영하게 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상예보체계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기상이변에 대한 국가 대응력 보강=오는 5월부터 소방방재청과 기상청의 ‘휴대폰 긴급 재난 문자방송(CBS : Cell Broadcasting Service)’ 송출 서비스가 전국에 제공된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이 지진, 지진해일, 태풍 등에 대한 정보와 행동요령을 가입자들에게 동시 송출할 예정이다.
이완호 기상청 정보화관리관은 “기상청이 정확한 예측정보를 생산하고, 소방방재청이 국민에 CBS를 제공하는 효율적인 역할분담체제가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일본 후쿠오카 지진에 따른 해일 우려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듯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완전한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독일 뮌헨리보고서 2005년도 판도 세계 50대 도시 중 서울의 지진 관련 재난위험도가 14위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은 지진해일 관측범위를 동해에서 일본 전 해역으로 확대하고 해일 분석 뒤 통보시간을 20여분에서 10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경보 발령시간 단축을 위해 기상청과 110개 지방자치단체 상황실을 직접 연결하는 특보 전달체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국토 남서쪽에 대한 경계 눈초리도 높인다. 우선 피해액 1조원 이상 태풍이 최근 5년간 집중된 것에 주목, 태풍 진로와 강도에 대한 3일 전 예보체계를 5일 전으로 확대한다. 또 서쪽에서 날아오는 황사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근본적 해결을 위해 환경부, 소방방재청, 기상청을 포괄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더 이상 기상예보는 ‘비오기 전 관절이 아프고, 제비가 낮게 나는 류’의 낭만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 방어수단으로서 ‘더욱 정확한 예측’이 요구되고 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