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혁신체계(NIS) 구축 보고로서 (미시경제) 정책방향의 큰 틀을 잡았다.”
지난 2004년 7월 30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51회 국정과제회의에서 NIS 구축방안에 보낸 믿음이다. 5개 분야 30개 과제로 국가기술혁신체계를 구축해 ‘남 부럽지 않은 나라’에서 ‘앞선 나라’로 도약하자는 의지가 뚜렷했다.
NIS에는 국가 연구개발체계, 중소·벤처기업 육성, 대학 기능 강화 등의 목표를 담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비롯한 국책 과제들을 품어냈다. 이후로 NIS는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참여 정부 미시경제정책의 주춧돌이자 나침반이 돼 오늘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서 그 주춧돌을 놓았던 사람, 박영일 차관(48)은 과학기술부를 대표할 테크노크라트. 이른바 ‘뺑뺑이 세대(58년 개띠)’로 1979년 공직(행시 23회)에 나선 지 불과 27년 만에 정무직에 올랐다. 서울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 행시 등 정무직에 유리한 조건(?)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에서 공학 석사(1984), 같은 학교 산업경영학과에서 공학 박사(96) 학위를 땄다. 넘치는 일(과학기술정책수립) 욕심에 전문시각을 더한 것. 박 차관은 지금 NIS의 한 축인 과학기술연구개발정책 매듭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NIS의 목표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술기여도를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기술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내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행정현장에 서 있는 박 차관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관리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정비하겠다.”
지난 6월 13일, 과학기술혁신본부 정윤 연구개발조정관(49)이 내보인 ‘국가 연구개발사업 중장기 토털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마음가짐이다. NIS로부터 흐르는 미래 연구개발전략이 정 조정관 책상 위에서 맥을 잡아가는 중이다. 그가 만든 로드맵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30년까지 내다보는 국가 연구개발계획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정 조정관은 서울대 자원공학 학사(80), 한국과학기술원 공학 석사(82), 영국 세실드대 신소재공학 석사(87)를 한 뒤 91년 과기부에 합류했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업무를 맡는 중에 한양대 재료공학 박사학위(94)를 땄다. 이후 기초과학인력육성, 연구개발정책 등으로 경험을 넓혔고 지금은 19개 부·처·청에서 추진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총괄 기획·조정·관리하는 책임자(연구개발조정관)가 됐다.
그 어려운 일(19개 부·처·청 연구개발사업조율)에 일조하고자 연봉 5000만원을 깎여가며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찾아든 사람, 오일근 과학기술정보과장도 기술정책관료의 모범사례다. 그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미국 버지니아주립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1992)가 됐다. 이후 한국전력(93), 삼성중공업(94년∼97년 1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및 대외협력실장(97년 1월∼2004년 12월)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NTIS)을 구축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03년, 철도기술계의 국제연합(UN)이라는 세계철도연맹(WCRR) 기술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나름의 입지를 굳혔는데 왜 월급까지 깎여가며 정부로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오 과장의 대답은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로 환원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제 우주기술협력은 연세대 기상학과를 나와 미국 어번대에서 항공공학박사를 딴 최남미 팀장(41)의 몫이고, 미국과 협력할 과학기술업무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도쿄공업대 경영공학박사인 허재용 서기관(38)이 맡는 등 과기부에는 국가 연구개발 총괄 기획·조정·집행 부서답게 기술관료재원이 많다.
과기부의 미래를 만들어갈 새 테크노크라트, 김연 사무관(27·행시 47회 수석)은 과학꿈나무(대전과학고교)이자 과학도(서울대 약학과)로서 품었던 ‘이상’을 과학기술정책 종합기획 실무에 이어간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