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블록버스터’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셔플’ 디자인 문제로 손해 배상 위기에 몰리게 됐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팟을 모방한 수 많은 ‘짝퉁’ 제품을 법정에 세웠지만 정작 자신이 소송을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룩스프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애플의 불필요한 소송으로 심각한 영업 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이르면 이달 말께 그동안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해 대만 법정에 정식으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어림잡아 1억달러 규모로 내다봤다.
룩스프로는 아이팟 셔플과 제품 특징·디자인이 거의 유사한 ‘슈퍼 셔플’이라는 제품을 지난 2005년 하노버 세빗쇼에 선보여 주목을 받은 업체. 당시 이 제품은 애플에서 생산한 모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외관이 비슷해 주목을 받았다.
룩스프로는 전시회 참가 이후 ‘슈퍼 탠전트’라는 브랜드로 이름을 바꿔 내놓았지만 애플은 이를 디자인 도용 혐의로 대만 지방 법원에 고소했다. 대만 지방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룩스프로는 이를 다시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항소했고 이들 법원에서 애플 제소는 “이유없다”는 이유로 기각되면서 룩스프로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당시 대법원은 “두 제품의 디자인은 확실히 구분된다”며 “슈퍼 탠전트는 얼핏 보면 형태·색상이 아이팟 셔플과 유사하지만 세로 길이가 더 길고 두께도 더 두꺼우며 촉감도 거칠어 일반 소비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룩스프로는 승소 후 2년 정도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매출과 이익에 큰 타격을 받았다며 애플을 법정에 세우게 됐다. 룩스프로 측은 “최소 1억달러 정도의 영업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승소를 계기로 일본과 대만에 다시 판매를 시작하며 궁극적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겨냥해 적극적인 판매망 구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특별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