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용산 전자상가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서버·스토리지업체 테라텍의 공영삼 사장(50)은 올해 사업계획을 설명하면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국내 서버업체가 늘 강조하듯 사업을 확대해 매출을 늘려나가겠다는 답을 기다렸던 기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공 사장은 “한때 테라텍도 회사 외형을 키우기 위해 각종 하드웨어를 중구난방식으로 팔기도 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좋을 게 없었다. 단순히 매출에 집착하기보다는 부가가치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삼보컴퓨터 출신으로 지난 93년 테라텍의 전신인 테라전자를 설립, 반도체·PC 주변기기·워크스테이션·멀티미디어 장비 유통사업을 벌이다 2000년대 초부터 인텔 서버를 주력사업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그는 “국내 시스템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국내 기업이 무조건 매출을 늘리는 데만 신경쓰다가는 오히려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 사장은 최근 시스템 업계가 목메어 외치는 솔루션·서비스 사업에 대해서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현실적으로 솔루션·서비스 전문 기업에 비해 개발 기반이 취약한 HW업체가 단기간에 새로운 분야에서 큰 매출을 올리려는 것은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올해 테라텍도 솔루션·서비스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는 갈수록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HW시장에서 서버·스토리지 등을 제값에 판매하기 위한 보완책”이라며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
그렇다면 다국적 IT HW기업의 틈에 끼여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서버·스토리지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 사장은 ‘휴먼 인프라’를 그 답으로 꼽았다.
그는 “자본·기술력 등에서 열세인 국내 HW업체로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좋은 인재를 기르고, 좋은 인재가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휴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테라텍은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 사원들의 이직이 거의 없다.
공 사장은 이같은 경영 전략에 맞춰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사실 지난해에는 연초에 수립했던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겠습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