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소비자 이익을 해친 기업에 대해 내리는 징벌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들쭉날쭉해 스스로 규제 예측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21일 방통위가 지난 7개월 동안 내린 주요 시정조치를 분석한 결과, 서로 다른 사업자의 비슷한 소비자 이익 저해행위를 그때 그때 다른 정성적 판단에 따라 징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방통위 제15차 회의와 8월 제27차 회의를 통해 SK브로드밴드(당시 하나로텔레콤)·KT·LG파워콤에 내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영업정지와 과징금·과태료 처분이 고무줄 규제의 대표 사례로 지적된다.
세 회사 모두 △소비자 동의 없이 고객정보를 제3자(위탁업체)에 제공하고 △수집한 고객정보를 애초 목적과 달리 썼으며 △고객의 개인정보 활용동의 철회 요구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했으나, 그 위반 규모와 정도를 정량화할 기준이 모호한 나머지 징벌 수위를 예측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SK브로드밴드에는 본보기로 규제한 성격이 짙어 △신규 가입자 모집정지 40일 △과징금 1억4800만원 △과태료 3000만원 등 가장 무겁게 처벌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보다 사업규모가 더 큰 KT에는 △신규 가입자 모집정지 30일 △과징금 1억3900만원 △과태료 1000만원으로 징벌이 약해졌다.
LG파워콤의 경우에는 텔레마케팅을 위해 고객 정보 70만건을 플랜티넷에 제공하는 등 소비자 동의 없는 정보의 제3자 제공행위가 상대적으로 많았음에도 △신규 가입자 모집정지 25일 △과징금 2300만원으로 더욱 경감됐다.
지난달 25일 제31차 위원회에서는 징벌이 더욱 약해져 KT·SK브로드밴드·LG데이콤의 불법스팸 관련 소비자 이익 저해행위를 △금지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업무처리 절차 개선 정도로 마무리했다. 이날 애초 부과하려던 과징금 KT 5200만원, SK브로드밴드 1800만원, LG데이콤 2400만원도 철회했다.
이달 1일 열린 제32차 회의에서도 악성 소비자 꾐 행위인 ‘원링스팸’ 관련 소비자 이익 저해행위를 △금지행위의 중지 △시정조치명령을 받은 사실 공표 △과징금 500만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과징금 기준액인 1000만원을 500만원으로 줄여줬다.
한 법률가는 “(신규 가입자 모집정지 등) 사업정지 3개월을 징벌 기준으로 정했으나 이를 ‘3개월 미만’으로 해석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가취소 등을 처분하고 금지행위를 판단하는 유형과 기준이 모호한게 가장 큰 문제”라며 “더욱 구체적인 처벌 기준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신기업 한 고위 임원도 “객관적인 기준없이 영업정지 기간과 과징금이 방통위원별 성향에 따라 정해져 규제 수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