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에 선 기후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혜원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찰스 데이비스 킬링은 1962년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나온 이산화탄소의 절반 가량은 자연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공기 중에 축적되고 있다고 추론했다. 그는 해양연구소 학생시절이던 1950년대 초부터 2005년 사망하기 전까지 꾸준히 이산화탄소 배경 농도를 측정했다. 그러곤 이산화탄소 농도가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을 킬링곡선으로 그려냈다. 그는 자연의 산소탱크인 우림, 토양, 바다에서 탄소를 붙잡아 저장하는 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으며, 자연이 흡수한 그것을 되돌려 주는 날엔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자연이 허약하다고 믿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오염물질로 쉬 황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자연이 허약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인간의 횡포를 참아 온 자연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반격을 시작한다면 인간은 추풍낙엽 신세가 될 거라 말한다.
이미 자연은 일종의 반격을 시작했다. 온실가스로 인해 균형을 상실한 자연은 지구온난화란 무기로 인간을 공격 중이다. 엘리뇨 현상, 라니냐 현상이 십수년째 지속되며 육지와 해양 생태계는 혼란을 맞았고, 수천 수만년을 한자리에서 지켜오던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재앙 초래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뿐만이 아니다. 서시베리아의 얼어붙은 습지가 해동되기 시작하면 토탄이 분해되면서 산소가 결핍되는 반면 메탄 배출량은 급증한다. 환경단체가 추산하는 서시베리아 토탄습지의 메탄 방출량은 하루 10만톤에 달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잠재적으로 100배나 더 빠르게 작용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막대한 메탄이 발생한다면 지구온난화는 한층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바다는 육지로 바뀌고, 어떤 육지는 바다로 잠길 것이다. 또 육지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한다.
이 책은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지구 기후 시스템 내 여러 환경변수를 소개하면서 기후변화의 가능성을 역동적으로 설명한다. 자연을 살리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살아 남기 위해 자연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1만8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