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원장 외국인이 능사 아니다"

 정부가 출연연구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임 원장에 외국인을 선임하는 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기관장 선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7일 기초기술연구회에 따르면 현재 KIST 원장 선임을 위한 ‘원장 추천위원회’가 구성됐고 조만간 추천위를 열어 원장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할 계획이다. 현 금동화 원장의 임기가 지난 4월까지였기 때문에 원장 선임 일정은 3개월 이상 늦어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이달 중으로 최종 원장 선임까지 마칠 계획이다.

 앞서 KIST 원장 서치 커미티는 40여 명의 국내외 과학자들을 검토해 후보자를 압축했고, 이들을 원장 추천위원회에 추천했다.

 현재 신임 원장 후보로는 한홍택 미국 UCLA 석좌교수, 문길주 KIST 부원장, 가와이 도모지 일본 오사카대 교수 등이 언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홍택 교수는 나노 복합재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재미 한인과학자협의회장을 지낸 바 있다. 가와이 도모지 교수는 일본 나노 과학의 권위자로, 건국대가 WCU 석학으로 초빙했다.

 연구회는 외국인과 외국에서 오래 활동한 과학자에까지 원장 후보 범위를 확대한 것이 과학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신임 원장 선임과 관련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임명되면 과거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의 사례처럼 당초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도에서 열린 과학기술연차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성규 미국 미주리대 교수는 “국내 과학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있으면 좋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에서 활발히 연구하는 사람은 한국으로 오려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 때고 현지 연구를 접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원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자를 초빙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기관장만 온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기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의도는 좋지만, 훌륭한 사람이 와서 (기관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환경을 만들어 놓지 않고 외국인을 데려오려는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