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잊고 희망찬 목표와 함께 신발끈을 고쳐 잡을 때다. 1만개에 달하는 기업이 밀집해 있는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도 다시 한번 도약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전자신문은 G밸리 CEO 5명을 초청, 올해 경기전망과 중소기업의 내년 대응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대체로 지난해보다는 새해 경제 전망을 밝게 봤다. ‘준비된 자만이 과실을 딸 자격이 있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었다.
◇2010년 기대감 높다=수출기업들은 묶여있던 해외 발주가 늘어나면서 올해 큰폭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내수 위주의 기업들도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인 데다 내수시장에서 공공·민간부문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DVR업체 컴아트시스템의 설창훈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쪽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면서 “올해 욕심을 낸다면 지난해의 2배 가까운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및 SI업체인 아토정보기술의 강관식 사장은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발주가 없어 지난해 상반기는 거의 빙하기였지만 연말로 갈수록 물량이 소폭 늘고 있다”면서 “올해 전체로 볼때 SI 경기는 최악을 지나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나종호 한경희생활과학 부사장은 “항상 변수는 있게 마련이고 그 변화기에 잘 대처한다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기업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했다.
◇신제품·무기로 승부하라=창업한 지 만 4년된 CCTV카메라업체인 이로닉스는 17개국 40여 바이어와 거래하고 있다. 이 회사 조규득 사장은 “세계경기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나름대로 무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전세계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바이어에 제안했더니 통하더라”고 강조했다. 이로닉스는 지난 하반기부터 주차관제시스템과 자사 카메라를 연계하는 등 독창적 제품군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스팀청소기에 이어 스팀다리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수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나 부사장은 “지난해 선보인 워터살균기가 신종플루와 맞아떨어져 좋은 실적을 냈다. 기업은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는게 중요하다”면서 “지난해는 미국에 수출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중국 소비자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내 도로개선·여가공간 마련돼야=G밸리에서 많은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것들이 많다. 강관식 사장은 “1·2단지를 합친 것보다 3단지가 더 큰 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외로운 섬’과 같다”면서 “1·2단지와 3단지의 연결통로가 ‘수출의 다리’ 하나 뿐이라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기업수만큼이나 교통정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윤규 키컴 사장은 “G밸리는 일만하는 장소다. 휴식·여가공간이 너무 없다”면서 “직원들을 교육할 수 있는 장소라도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밖에 중소기업간 기술교류와 공동 마케팅 등 G밸리 내 업체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고, 정부가 제2벤처 붐 조성에 나선다는 입장을 환영하지만며,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기업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G밸리팀 gv@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