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자본주의
한 여성 노동자는 면담 중에 자기가 어떤 상사를 왜 싫어하는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그 상사가 자기가 싫어하는 계부를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상사를 싫어했던 것이다. 면담자에게 그녀가 ‘다루기 어려운’ 직원이라고 귀띔했던 것이 바로 그 상사였다.
심리학자 엘튼 마요 박사가 192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시에 있는 한 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이른바 ‘호손 실험’ 내용의 일부다. 마요 박사는 조직 내 소통이 중요하고 노동자의 감정을 배려할 때 기업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감정을 분간하고 그것에 대해 말하며, 서로의 입장에 감정 이입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인 이른바 ‘감정능력’은 실질적인 문화자원이다. 자기의 어려운 감정들을 잘 설명할 수 있고, 그런 감정의 ‘용도’를 불러낼 수 있으며, 이를 소통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감정이 경제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내게 되고, 경제적 법칙이 감정 영역에서 중요한 원리가 되는 현상을 ‘감정자본주의’라는 말로 요약한다. 이미 노동자의 감정관리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업무가 됐다.
이 책에서는 감정 자본주의가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을 짚어낸다. 먼저 ‘자아실현’이 현대인에게 새로운 목표가 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런 자아 실현을 방해하는 온갖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치료학이 부상한 것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자본주의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하는 ‘남성적’ 체제로 간주돼 왔고 ‘여성적’ 영역은 경제적 영역과 구분되는 사적이고 정서적인 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이런 관습적 분할이 흐려지면서 감정 자본주의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설명도 한다. 또 미국의 기업문화가 변화했다는 것 역시 감정 자본주의의 증거로 꼽는다.
1920년대 미국에서 대기업이 출현하면서 직장 내 위계질서 확립과 생산성 제고가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찾은 대안이 심리학이었다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 지음. 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 1만4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