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두고 이를 관할하는 정부부처 간 힘 겨루기가 끝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서 온실가스 감축 총괄은 환경부가, 각 부문별 관리는 지식경제부 등 소관부처가 담당하도록 교통정리를 했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또 다시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지경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에 ‘산업체 에너지사용량 로우 데이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직접 보냈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은 일단 소관부처인 지경부에 보고하고 환경부 요청에 답변은 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산업체에 대한 온실가스 관리는 지경부가 맡고 있다. 지경부는 환경부의 이 같은 요청을 월권행위로 판단하고 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환경부가 이번 에너지관리공단 건 이외에 다른 산하기관이나 기업 등에 직접 온실가스 관련 데이터를 요청, 업무에 혼선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 지경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환경부 입장은 사뭇 다르다. 환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녹색성장기본법에 환경부 장관이 각 소관부처 장관에게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기한 것은 환경부가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 각 부처가 이에 협조하도록 한 것”이라며 “산업체 에너지사용량 로우 데이터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계산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기 때문에 요청한 것이므로 지경부가 협조해 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에너지관리공단이 지경부의 직속기관이 아닌 독립된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그 기관의 독립성을 인정해 직접 데이터를 요청한 것”이라며 “이는 KEPCO(한국전력)에 국내 전력사용량 데이터를 요청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경부는 녹색법에 명기된 ‘싱글 윈도’ 원칙대로 할 계획”이라며 “산업체의 에너지 및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는 지경부에만 보고하도록 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관리공단에 직접 로우 데이터를 요청한 것은 환경부의 잘못된 판단”이라며 “국가 온실가스 정책 수립을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지경부를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