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별 넥슨 개발1실장은 사진보다 더 앳돼 보였다. 아직 뺨에 가시지 않은 여드름 자국이나 캐주얼 복장은 오 실장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해도 믿을 정도로 만든다. 사실 오 실장은 상당히 젊다. 1984년 생으로 올해 만 스물여섯이다.
동년배들은 아직 대학에서 취업 준비에 한창이지만 오 실장은 국내 최대 게임 업체의 어엿한 간부다. 더욱이 그가 맡고 있는 개발1실은 넥슨의 최대 매출을 책임지는 ‘메이플스토리’를 담당한다.
개발1실에선 단지 게임 개발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병행한다. 한 마디로 메이플스토리 국내 사업 전부를 관장한다. 삼성전자로 치면 휴대폰 본부장 역할이며 현대자동차라면 소나타 사업 총괄 격이다. 약관을 조금 지난 나이에 믿기 힘든 중책을 맡은 셈이다.
부담이 될 법 한데 오 실장은 ‘쿨’하다. 그는 “올해 2월에 실장에 됐는데 단 한 번도 못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며 “다만 메이플스토리의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파격적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변화가 만만치 않다는 오 실장의 말은 믿기 어렵다. 최근 메이플스토리가 서비스 7년 만에 가장 큰 업데이트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레벨을 올리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였으며 게임 속 각종 지역의 모습도 일신했다. 1년에 하나 내놓기도 버거운 신규 직업을 한꺼번에 두 개나 공개한다. 한 마디로 전혀 새로운 메이플스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의 변화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고객의 바람과 다른 변화는 그동안 쌓은 성과를 도로아미타불로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메이플스토리는 소위 ‘잘 나가는’ 게임이다. 굳이 뭔가를 바꾸지 않아도 매출만 잘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오 실장은 모든 변화의 출발을 고객에서 찾았다. 그는 “흥행에 성공하고 궤도에 오른 게임은 더 이상 개발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라며 “수 차례 간담회를 통해 고객이 근본적인 새로움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과감히 실천하는 모습이 넥슨의 최연소 실장을 만들었다. 오 실장에게 초고속 승진 비결을 묻자 “넥슨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실장은 2006년 병역 특례로 넥슨에 입사했다. 업무는 프로그래머였다. 대충 시간 떼우고 나가기 일쑤인 병역 특례 직원이 계속 아이디어를 냈다. 오 실장은 메이플스토리의 골칫거리였던 자동사냥 이용자를 잡는 방법을 제안했고, 이는 상당한 성과로 이어졌다. 그 이후에도 오 실장의 아이디어는 이어졌고, 마침내 회사는 ‘아예 네가 전체를 맡아서 해봐라’는 제안을 했다.
최근 IT 산업 전반에서 젊은 인재를 구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 오 실장은 IT 산업, 특히 게임 업계아 말로 젊은이들이 도전해볼만한 분야라고 평가했다. 오 실장은 “게임은 세계적 문화 트렌드이자 상장일로의 산업”이라며 “안정적 직장도 가치가 있지만 젊은 패기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뛰어들면 더 큰 보상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게임 업계에서 제2의 삼성전자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게임은 냉온탕을 오가는 산업이다. 수출역군으로 칭찬받다가도 청소년 문제의 장본인으로 손가락질받기도 한다. 이는 기성세대의 시각이다. 오 실장이 바라보는 게임은 하나의 문화콘텐츠다. 생활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오 실장 같은 젊은 인재들이 있는 한 게임 산업의 미래는 분명 밝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