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땐 풍선껌을 분다`던 힙합보이 현겸이를 등장시켰던 `언플러그드 보이`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작가 천계영. 그녀는 일종의 90년대 순정만화계 아이돌 스타였다. 80년대를 풍미하던 서사중심의 순정만화계에서 재기발랄한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전개로 당시 1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이후 재활용 밴드라는 락밴드를 소재로 `오디션`이라는 작품까지 연달아 히트 시키면서 천계영의 만화는 일종의 90년대 시대의 아이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충분한 인기를 누리던 천계영 작가는 2000년대 들어서서 자신의 장점에 안주하기 보다는 `DVD`라는 작품을 통해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된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이름인 땀(Ddam), 비누(Venu), 디디(DD)의 이니셜에서 제목을 따온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 환상과 환상이라는 독특한 스토리 라인을 선보이면서 이전 작가의 작품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평면적인 전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새로움이었고, 작가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고 만다. 환상과 현실, 그 경계성을 작가만의 독특한 캐릭터들로서 풀어낸 이야기 방식은 갈등구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DVD 이야기가 웹툰의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 연재 코너인 `만화 속 세상`에 `DVD2`의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신선한 시도로 가득 찼던 DVD 이야기의 바톤을 이어받은 웹툰 DVD2는 여전히 그 새로움과 이색적임을 무기로 하고 있다. 출판만화에서 느꼈던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웹툰으로 넘어 오면서 더욱더 모호해졌다. 즉각적인 반응이 리플로 달리는 웹툰의 경계선에서 작품에 리플을 다는 독자들과 작품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교감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고, 트위터라는 요즘 제일 트렌디한 미디어를 통해서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정제된 작가만의 컬러감각을 통해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풀 컬러라는 웹툰의 장점을 살리면서, 전작의 경계성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실과 환상을 확장하여 작품속 캐릭터와 그 작품을 읽는 독자 사이의 간격조차도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DVD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2010년 작가의 전혀 새로운 도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 속에서, 순정만화작가들의 참여는 느리지만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인들의 약진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원수연, 강경옥, 황미나등 순정만화의 대모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워 새로운 매체인 웹툰에 출사표를 던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웹툰의 순정계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 천계영이 DVD2로 뛰어 들었다. 아직 작품의 이야기는 전개 단계여서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시도만은 인정받은 채 절반의 성공만으로 끝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종이 매체를 벗어난 순정 만화가들의 다양한 도전을 지켜보는 일. 이것은 분명 오랜 순정만화 팬으로선 매우 행복한일 이다. 과연 이번 DVD2에서 작가는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것인가? 매주 수요일, DVD2가 기다려진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만화규장각 콘텐츠 기획담당 bride100@par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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