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싸고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정면충돌 태세다.
배출권거래제법 2013년 시행을 ‘절대 미룰 수 없다’는 환경부와 산업계를 앞세워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는 지경부가 맞서고 있다.
지경부는 지난 22일 대한상의·전경련 등 경제단체와 주요 업종별 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 산·관·학포럼’을 열고 배출권거래제 추진에 우려 의견을 모았다.
대외적으로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칸쿤회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업계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였다.
포럼에서 한 업종단체 관계자는 “이번 칸쿤회의에선 ‘포스트 2012’ 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물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제한 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상에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상을 충분히 고려해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도록 돼 있음에도 국제적 동향을 감안하지 않은 현 추진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경부는 업계 반대의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목표관리제를 일정기간 시행한 후에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신중론을 범부처 의견으로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목표관리제보다 더 빡빡하지만 효율적인 배출권거래제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목표관리제를 통해 의무적 총량규제를 이미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총량규제를 실시하지 않은 미국이나 호주와는 다른 상황이고, 어차피 목표(캡)를 부여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감축 수단이 존재하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비용적인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데 왜 산업계에서 이를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초과 감축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가능하고, 1년 단위의 목표관리제 사업 이행기간보다 5년 단위로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해 이를 수행하기 더 효율적”이라며 “유럽 사례처럼 배출권 확보를 통해 이윤을 남길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이 이 분야에 자연스럽게 더 많이 투자해 녹색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함봉균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