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죄수들 낮엔 탄광 노동, 밤엔 게임을?

낮엔 탄광, 밤엔 PC 앞…중국 감옥 현장

 “낮에는 탄광에서 노역을 하고 밤에는 PC 앞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해야 했습니다. 목표한 골드(사이버머니)를 모으지 못하면 잠도 못 잤습니다.”

 어느 가난한 고학생의 프로게이머 도전기가 아니다. 중국의 한 감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 현장이다. 26일 영국 가디언은 중국 각지의 감옥에서 간수들이 죄수를 동원, 온라인게임 사이버머니를 모은 후 이를 인터넷에서 팔아 돈을 버는 행태를 고발했다. 가디언은 이를 중국 게임 산업이 최근 급속도로 팽창해 일어나는 문제라고 진단하며, 중국 당국의 정확한 규정도 없어 조만간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우 달리(가명)는 중국 헤이룽장성 지시시의 감옥에서 사기죄로 3년간 복역했다. 그는 감옥 생활이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낮에는 석탄을 채굴하고 나무를 베어 젓가락과 이쑤시개를 만들었다. 그의 손은 상처로 가득했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기억은 밤새 온라인게임을 해야 했던 일이다.

 리우는 “간수들은 주간 노역보다 야간의 온라인게임에 죄수들을 더 투입한다”라고 말했다. 이쑤시개 수출보다 게임 아이템 거래가 더 수익성이 좋고 손쉽기 때문이다. 그는 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12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교대하기 때문에 컴퓨터는 24시간 꺼지지 않는다”라며 “그들(감옥 관계자)은 사이버머니 판매로 하루에 5000~6000위안(한화 약 80만원~100만원)을 번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한 푼도 보지 못했다”라고 폭로했다.

 게임은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얻는 콘텐츠지만 리우는 게임이 ‘고통 그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버머니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육체적으로 고통을 준다”라며 “플라스틱 파이프 구타가 무서워 우리는 잠을 이기지 못해 눈을 뜰 수 없을 때까지 게임을 계속했다”라고 토로했다.

 와우에서 ‘골드파밍(Gold Farming)’으로 알려진 사이버머니 수집은 몬스터 사냥을 되풀이하면 자연스레 얻어진다. 여기서 얻은 사이버머니, 즉 골드는 인터넷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현금 거래된다. 수백 만 명이 넘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게임 아이템 구매에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사려고 준비 중이며, 중국 감옥 관계자들은 이를 활용하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사이버머니 거래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성행 중이다. 간수들이 죄수를 동원해 얻은 사이버머니를 거래할 지경이다. 중국 인터넷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으로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1억2000파운드(2200억원)가 넘는 돈이 거래됐다. 2009년 중국 주 정부는 가상 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진 제 샌디에고주립대학 연구원은 “중국은 가상 세계에서 돈을 찍어내는 공장이 됐다”라며 “하루에 12시간 동안 게임만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향후 산업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 병폐로 대두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불법 노동 착취를 반대하는 라오가이 그룹의 니콜 캠튼은 “죄수들이 가혹한 노동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라며 “노동을 해서 만든 제품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해 만든 아이템을 똑같이 수출하고 있으며 이를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