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놓고 통신 · 인터넷업계 격돌


  `망 중립성 정책방향 세미나`가 2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망 중립성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반영하듯 하성호 SK텔레콤 상무와 김효실 KT 상무는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반대 입장인 한종호 NHN이사(왼쪽부터)와는 별다른 대화 없이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kr
`망 중립성 정책방향 세미나`가 2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망 중립성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반영하듯 하성호 SK텔레콤 상무와 김효실 KT 상무는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반대 입장인 한종호 NHN이사(왼쪽부터)와는 별다른 대화 없이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kr

 차별 없는 네트워크를 통한 산업 혁신’과 ‘투자비용 분담을 통한 망 고도화’로 대비되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망 중립성 정책 수립 작업이 본격화됐다.

 2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망 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망 중립성을 옹호하는 인터넷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통신사업자 진영은 각각의 논리를 기반으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연내에 망 중립성 정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인터넷업계, “망 중립성이 혁신의 원천”=인터넷업계는 네트워크 개방성이 산업과 경쟁의 기본구도를 결정하고, 산업 혁신을 뒷받침한다며 망 중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망 폐쇄성과 각종 규제가 인터넷산업의 글로벌화를 막아 결과적으로 인터넷강국 지위를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특정기업이나 서비스에 특혜를 주지 않는 망 중립성 정책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종호 NHN 이사는 “국내 콘텐츠·인터넷사업자들은 자사의 서비스가 언제 차단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비즈니스 예측 가능성과 가시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투명성, 접속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망 중립성의 세 가지 핵심 원칙을 법제화해 인터넷산업의 개방성과 혁신성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통신사업자가 ‘무임승차(Free Ridng)’ 방지를 주장하는데 구글만해도 매년 수십억달러를 망 비용으로 낸다. 과연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선순환의 가치를 일부 사업자 때문에 훼손당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합리적인 시장 환경 절실”=통신업계는 망 투자 비용 증가와 소수 이용자로 인한 망 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네트워크 관리·제어의 합당성을 강조했다.

 김효실 KT 상무는 공평한 이용권을 보장하되 정당한 망 이용대가 부과와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인정하는 ‘한국적 망 중립성’을 제안했다. 기존 미국식 망 중립성 이론이 애플, 구글 등 자국 글로벌사업자 이익 기반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한 만큼 한국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통신업계는 현 시장의 문제점으로 △콘텐츠·P2P·유사통신서비스업체의 무임승차 △통신산업 정체로 인한 네트워크 투자 여력 감소 △일부 ‘헤비유저’의 트래픽 독점에 따른 일반 이용자 역차별 초래 등을 꼽았다.

 김 상무는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 합의라는 기본 원칙 아래 정당한 망 이용대가 부과, 네트워크 투자비용 분담, 통신사업자의 자율적인 네트워크 관리 등으로 망 중립성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이용자 자유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소수의 헤비유저가 트래픽을 독점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수 이용자의 안정적인 이용 보장이 더 중요하다”며 “유무선 통신망으로 나눠 네트워크 관리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하반기 정책 내놓는다”=방통위는 토론회에 앞서 통신·인터넷·제조사와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망 중립성 포럼을 새로이 구성했다. 방통위는 네트워크 고도화와 개방형 환경이라는 두 가지 틀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은 “망 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와 인터넷 개방이라는 이념적인 원칙이 관련돼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가능한 올해 안으로 합리적인 균형점을 도출해내겠다”고 밝혔다.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관리 권리를 인정해야 하고, 반대로 차별 금지를 위해 통신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며 “인터넷 이용자 권리, 통신사업자 권리와 의무, 상생 협력 생태계 조성 등을 아우르는 망 중립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 주요 쟁점>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