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IT교육지원캠페인] <243>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요즘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널리 퍼지고, 동영상 만드는 것도 간편해져 누구나 인터넷에 자기의 생각이나 창작물을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동영상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반대로 글을 올린 사람은 그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얼마 전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총장실 프리덤’이란 영상이 인기를 얻자 학교 측에서 인터넷 포털들에 이 영상들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알아봅시다.

 

 Q:‘총장실 프리덤’ 영상을 재미있게 봤는데 갑자기 포털에서 사라져 의아했어요.

 A:최근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 시위를 했는데요, 이 학생들이 `총장실 프리덤`을 만들었죠. 듀엣 UV의 ‘이태원 프리덤’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영상입니다. ‘학우들은 점거 중, 총장님은 부재 중` 등의 가사와 익살스런 율동이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서울대에서 이 동영상이 올라 온 인터넷 포털들에 해당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총장이 고의로 문제 해결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줘 서울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입니다. 요청을 받은 다음, 네이트 등의 포털은 해당 게시물을 임시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실행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가 지목한 `총장실 프리덤` 게시물들이 인터넷에서 사라졌습니다.

 

 Q:자기 명예가 훼손됐다며 삭제해 달라고 하면, 언제나 바로 삭제가 되나요?

 A:현재 법률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해 정보를 삭제하거나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청을 받은 인터넷 사업자는 지체 없이 삭제나 임시조치 등의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중 임시조치란 해당 게시물을 30일동안 임시로 인터넷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느 게시물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사기업인 포털에서 판단하긴 쉽지 않겠죠? 그래서 보통은 일단 임시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임시조치를 법으로 규정한 건 인터넷에서 사생활이나 명예훼손 내용이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겠네요?

 A:임시조치 제도는 주로 인터넷에서 개인에 대한 허위 사실이 퍼지거나 무분별한 ‘신상털이’가 일어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넷에 ‘어떤 사람이 어떤 나쁜 짓을 했다’ 이런 류의 고발글 많이 보죠? 다른 사람 신상정보를 공개 게시판에 흘리는 일도 있고요. 이런 정보가 급속도로 퍼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터넷은 워낙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번 퍼진 내용을 없애기도 힘드니 임시조치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Q: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 위한 좋은 취지네요. 그런데 ‘총장실 프리덤’이 그렇게 안 좋은 내용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A: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에서 임시조치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문제예요. 기업이 자기 제품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블로그에 대해, 혹은 정부 기관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인터넷 글에 대해 임시조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포털들은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임시조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결국 이 제도가 뜻하지 않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죠. 이번 `총장실 프리덤` 건도 그런 사례인데요, 학생들보다 우월한 지위의 대학본부가 학교의 중요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타낸 표현물을 삭제해 달라 한 것이 적절한 행동인지 논란이 됐습니다.

 

 Q:포털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나요?

 A:대부분 포털은 일단 해당 게시물들을 임시조치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인터넷 기업들의 자율 규제 기구인 인터넷자율규제기구란 곳에 이 안건을 상정했어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서울대와 그 총장은 공인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임시조치를 요구할 주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포털들은 해당 게시물을 다시 살렸습니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역기능 예방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 필요합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