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특허청이 인터넷공보를 발간하기 시작하여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1998년 국내 전자출원이 시작되기 전에는 특허를 찾는 일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당시 연구소에서 특허를 찾아봐 달라고 요청하면, 기업의 특허담당자들은 특허청 넓은 서고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특허공보 책자를 일일이 뒤져서 찾곤 했다. 책 먼지를 뒤집어쓰고, 손가락에 먼지 때가 끼도록 며칠씩 공보책자를 넘기는 것이 특허담당자의 중요한 업무였다. 이러한 수고를 덜어주고자 특허공보책자의 내용을 CD에 담아 판매하던 때가 불과 10여년 전이다.
인터넷공보를 시작으로 한 특허청의 특허문서 전자화는 기업의 업무 형태나 특허관련 비즈니스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특허담당자는 인터넷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간단한 입력조작을 통해 원하는 특허를 찾을 수 있다.
특허팀 업무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선행 연구정보, 경쟁사의 기술정보가 담긴 기술문헌으로서 그 의미가 한층 확대됐다. 특허공보는 연구자들에게 논문에 버금가는 중요한 기술문헌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연구개발 기획단계에서 이러한 특허문헌을 검토함으로써 중복연구 투자방지 등 연구개발(R&D)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특허청의 특허전자문서 보급과 IT기술 발전으로 특허DB서비스산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산업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허DB서비스는 특허청이 보급하는 특허전자문서를 표준화하고 가공해 DB로 구축하고, 여기에 최신 IT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상에서 특허를 빠르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다.
2000년 이전,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특허DB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우리나라 특허청의 특허전자문서 보급으로 토종 특허DB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10년전 한국의 특허관련 비즈니스는 특허출원대행이나 번역사업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유료 특허DB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업이 여럿 탄생했다.
특허DB를 이용하여 선행기술조사를 대행해 주거나, 특허분석, 특허기술평가, 특허전략 수립 등과 같은 컨설팅서비스도 등장하게 되었다. 특허청의 특허전자문서 보급으로 탄생된 특허DB서비스산업은 다양한 특허관련 비즈니스(지식재산서비스업) 생태계에서 인프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특허전문업무의 요구에 맞도록 계속해서 발전해 가고 있다.
이렇듯 10년전 특허청의 인터넷공보 발간 및 전자문서 보급은 기업의 특허담당자, 연구자들의 업무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지식재산서비스업이라고 하는 지식정보사회에 걸맞는 신서비스산업을 탄생시키는 발화점이 되었다.
이제 특허청은 점점 다양해지고, 전문화 되어가는 국내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을 활성화시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전문서비스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특허공보 위주의 전자문서보급을 분쟁정보, 권리 변동정보 등 다양한 문서를 전자데이터로 확대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민간 특허DB서비스기업들이 수요자 요구를 충족하고, 고부가가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고품질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특허정보 이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특허청은 특허제도에 의해 생성되는 다양한 종류의 문서를 전자데이터로 보급하고 전문 서비스기업은 이를 토대로 특허DB서비스 더욱 발전시키며,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인터넷 공보를 시작으로 점화된 혁신적 변화를 더 큰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특허청의 역할일 것이다.
이형칠 윕스 대표·지식재산서비스협회 부회장 chilly@wip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