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강남역 주변, 대치동 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늘어난 물에 자동차는 멈춰 섰고, 차 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지하철도 운행을 멈췄고, 은행까지 영업을 중단할 정도였습니다. 외신에서나 보던 광경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100년 만에 최고 강수량’ ‘한 달 사이에 1년치 비가 내렸다’ 등의 사실을 알리고자 분주했습니다. 이는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입니다. 우리나라는 7월 중순께 장마가 끝나면서 무더위가 계속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한반도가 아열대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Q: 한반도에서 집중호우는 왜 발생하나요?
A: 일반적으로 저위도 지방은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높습니다. 기온이 높을수록 수증기를 많이 품습니다. 반대로 얼음을 담은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은 그 주변의 온도가 낮아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집중호우의 원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저위도 지방의 공기는 수증기를 많이 머금게 됩니다. 이 공기는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향해 이동합니다. 이동 과정에서 차가운 상층 제트기류를 만나면 급격히 상승하면서 큰 비구름이 형성되곤 합니다. 이 비구름이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내리면 그것이 바로 집중호우입니다.
Q: 최근 집중호우는 며칠씩 계속되던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집중호우는 대개 단번에 비를 퍼붓고는 수증기를 잃어버리면서 영향력이 약해집니다. 구름이 소멸하는 것이지요. 장마전선이 오랜 시간 한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지난주 내린 집중호우는 달랐습니다. 비오는 날이 며칠씩 이어졌습니다. 강수량도 많았습니다. 서울 관악구 일대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기상청에서는 따뜻한 수증기의 지속적인 유입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남·동중국해 주변에서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층 제트기류도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 형성된 기압골을 따라 약 3㎞ 높이에서 빠르게 부는 바람을 하층 제트기류라고 합니다. 10㎞ 상공에서 부는 상층 제트기류와는 다른 것입니다. 만약 하층 제트기류 이동 경로가 바뀐다면 비구름 역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에는 세 개 공기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어 제트기류 경로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마전선이 물러났어도 비가 내리는 날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Q: 올해 유독 서울의 피해가 컸는데, 사전에 감지할 방법은 없나요?
A: 기상청에서는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는 인공위성에서 보내온 사진과 레이더 영상을 토대로 강수량 등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각종 변수들을 숫자로 환산해서 슈퍼컴퓨터에 입력하면 ‘비가 얼마나 올 것 같다’는 결과를 내놓는 것이지요. 각 슈퍼컴퓨터가 파악하는 수치모델은 가로 세로 30㎞ 면적에서 똑같은 날씨를 보인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습니다. 따라서 실제 상황과는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사례처럼 국지성 호우를 사전에 파악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Q: 한반도가 이제 아열대 기후대에 들어갔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A: 구분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보통 평균기온이 10℃를 넘는 날이 1년 중 8개월을 넘으면 아열대 기후라고 합니다. 한반도 남부 일부 지역은 이 기준에 충족해 아열대 기후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아열대 기후라고 해서 최근 내린 집중호우와 같은 현상이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동남아시아 스콜은 지표면이 뜨거운 낮에 일어납니다. 낮에 달궈진 지표면 열기가 상승하면서 비를 내리는 것이지요. 반면에 한반도에서 내린 집중호우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비가 많이 내렸다는 사실만으로 아열대화됐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지구온난화가 점차 진행되면 50~60년 뒤에는 한반도 중부지방까지 아열대 기후대에 속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련 도서>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과서’ 클라우스 퇴퍼, 프리데리커 바우어 지음. 사계절 펴냄
독일 환경부 장관,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을 지낸 세계적 환경 지도자 클라우스 퇴퍼와 정치학을 전공한 언론인 프리데리케 바우어가 함께 지은 청소년을 위한 종합 환경 교양서다. 빈부 문제, 물, 에너지, 바다, 생물종 다양성, 쓰레기, 자원, 세계화 문제 등을 담았다. 최근 1세기 사이에 벌어진 환경 문제 원인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저자들은 청소년들이 환경 문제를 자신들 문제로 여기고 호기심을 갖고 미래 환경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집필했다.
◇‘유엔미래보고서 3’ 박영숙, 제롬 글렌, 테드 고든 지음. 교보문고 펴냄
밀레니엄 프로젝트 최신 전망 연구자료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예측과 아이디어를 분야별로 정리해 보여주는 책이다. 정보사회, 비즈니스와 경제, 과학과 기술, 컴퓨터와 자동화, 교육, 에너지, 환경, 식량과 농업, 주거 환경, 건강과 의약, 생활방식과 가치, 일과 직장, 국제 관계 등 13개 분야의 전망을 요약해 정리했다. 특히 이 책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기후 변화와 함께, 2035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는 석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가 재편하는 세계를 자세히 조망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고갈은 산업을 비롯해 정치, 경제, 외교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