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헤지펀드 청산을 선언한 조지 소로스는 ‘반사성((reflexivity) 이론’이라는 독특한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에 성공했다. 반사성 이론은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관찰 당하는 쪽에 영향을 준다는 철학자 칼 포퍼의 이론을 원용한 것이다. 즉 인식은 현상을 변화시키며 변경된 현상은 다시 인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순한 개라도 사슬로 묶고 나쁜 개라 말하면서 발로 차게 되면 개는 정말 난폭해지고 결국 더 차게 되고 더 물게 된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인간은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성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전통 경제학 이론에 치명적 오류가 존재한다고 여겼다. 전통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면 가격이 상승하면 팔고 하락하면 사야하는 것이 정상이고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된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은 경제 참여자가 이성적이라고 가정할 때 성립되는 것이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조지 소로스의 주장이다.
그는 반사성 이론에 기반을 두어 개별투자자들은 모두 자신의 주관적 관점과 편견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관점과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면 실제가치와 상관없이 폭등하게 되고, 그러다가도 주가가 최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주가가 붕괴한다.
이런 현상은 ‘양떼효과’라고도 불리는데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양떼효과는 선순환을 일으켜 가격을 갈수록 높게 만들 수도 있고 악순환을 초래해 가격을 점점 떨어뜨릴 수도 있다.
최근 물가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7%로 상승해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대로 가면 정부가 목표한 4% 물가 목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가 오르는 요인은 원자재가 상승과 폭우로 인한 농산물 공급 부족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하는 인식이 실제 현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가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
권상희 미래정책팀장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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