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4세대 이동통신칩 롱텀에벌루션(LTE) 분야 시장 선점에 나섰다.
통신용 모뎀칩 시장 분야는 그동안 퀄컴·인피니언·미디어텍 등 극소수 기업만이 시장을 장악해온 분야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단말기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LTE 모뎀(베이스밴드)칩을 선보이고 LTE 단말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들은 신호를 송수신하는 고주파(RF) 분야에서 시장을 선점했다.
LG전자와 GCT세미컨덕터는 LTE 싱글칩을 개발해 2분기부터 시장에 공급 중이다. LG전자 모뎀과 GCT세미컨덕터 RF를 원칩으로 만든 제품이다. LG전자에는 L2000으로, 다른 기업에는 GDM7240 이름으로 공급한다. 이 칩은 LG전자 LTE 통신을 위한 USB 동글과 미국 버라이즌용 스마트폰 ‘레볼루션’에 장착됐다.
이 싱글칩을 통해 LG전자뿐만 GCT 성장도 기대된다. GCT는 모바일와이맥스(와이브로) 시장 정체에 따라 고전했으나 LTE 싱글칩으로 다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에 R&D를 두고 미국에 본사가 있는 벤처기업으로, 한국인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LG전자 측은 “2000년대 중반부터 LTE 기술에 대한 R&D를 계속 진행해왔다”며 “통신사업 강화를 위해 모뎀칩 개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LTE 칩을 자체 개발함에 따라 LTE 스마트폰을 타 경쟁사에 앞서 출시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LTE 칩을 자체 개발해 단말기에 넣어 판매할 수준이라는 것은 자체 4G 칩세트 기술력이 그만큼 뒤쳐지지 않다는 것”이라며 “LTE에 관한 한 솔루션부터 기기까지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어 LTE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LTE RF 분야는 FCI가 맡고 있다. FCI는 대만 실리콘모션에 인수됐으나 여전히 한국에 R&D를 두고 RF 칩을 개발 중이다.
최근 이들 칩세트는 삼성전자 LTE 스마트폰 크래프트와 인덜지, 드로이드 차지 등에 장착됐다.
정부도 미래 선도 기술로 LTE어드밴스드 R&D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시장 초기부터 통신분야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LG전자·엠텍비젼·아이앤씨테크놀로지 등이 주축이 돼 LTE어드밴스드 칩세트를 개발한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LTE 칩이 적용되는 분야는 주로 USB형 모뎀이나 라우터, 스마트폰 등이다. LTE전용 모뎀에는 국내 업체 칩세트가 앞으로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휴대폰에서는 3G도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3G+4G 원칩이 나오면 주도권이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3G와 LTE를 통합한 칩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도 LTE와 다른 칩을 결합한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LTE 결합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AP와 LTE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LG는 LTE에 이어 AP를 개발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LTE 분야에서는 한국이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원칩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