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을 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봤다.”
1등 기업 삼성이 우리나라 양궁산업을 극찬했다. 10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 직후 브리핑에서다. 사장단회의에서는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전 양궁 국가대표 감독)가 ‘글로벌 1위 제패와 수성의 비밀’이란 강연을 실시했다.
이인용 삼성 부사장은 20여분 브리핑 시간 모두를 강연내용에 할애했다. “삼성 그리고 글로벌 넘버원을 꿈꾸는 우리 기업에 던져주는 메시지”라며 “감동적인 강의였다”고 극찬했다.
강연에서 서 전무는 우리 양궁산업이 세계 1위를 지금까지 수성할 수 있었던 배경을 ‘활’ 자체 제작이라고 꼽았다. 1996년 애틀랜타(미국) 올림픽에서 미국에 1점 차로 금메달을 놓친 우리나라는 원인을 찾았다. 문제는 활에 있었다. 미국은 활 성능을 개선했는데 제품을 시장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책을 찾았다. 우리도 직접 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업계를 수소문했다. 세 곳을 찾았다. 그러나 모두 장난감용 활만을 제작했다. 장난감 회사와 결탁했다는 모함도 있었지만, 개발은 이어졌다.
드디어 2000년 시드니(호주) 올림픽. 국산 활로 금메달 4개 중 3개를 땄다. 자신감을 갖고 수출시장을 타진했다. 아쉽게도 타이밍을 놓쳐 실패했다. 그리고 2004년 아테네(그리스) 올림픽. 역시 금메달 4개 중 3개를 땄다. 한국산 활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주문이 몰렸다. 현재 국산 활 세계시장 점유율은 67%다. 나머지 33%는 단가가 높아 구매하지 않는 고객들이다. 점유율 100%나 마찬가지다.
대표 선발과정 역시 우리 양궁산업의 경쟁력 요인이다. 배경이 없어도 실력만으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서 전무는 다섯 가지 교훈을 강조했다. ‘자신과 무한경쟁하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해라’ ‘성공의 순간 위기를 느껴야 한다’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가져라’ 등이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는 양궁 대표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삼성 임원들은 서 전무 강의를 들으며 주요 내용을 메모하는 등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은 듯한 분위기였다고 이 부사장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활을 개발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놀랍고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