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하이닉스 매각 일정의 연기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22일 채권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경기 침체와 주가 폭락 등 요인으로 인해 하이닉스 본 입찰 일정이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SKT, STX는 9월 2일까지 6주 일정으로 진행한 예비 실사를 종료한다. 이후 채권단은 1주일 후인 9월 9일에는 본입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연기 가능성을 흘리는 쪽은 채권단이다. 채권단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로 하이닉스 주가가 폭락하자 연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는 7월 8일 SKT와 STX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날(2만6600원)보다 1만원 가량 떨어졌다. 22일 주가는 16000원 선이다. 40여일 만에 무려 40%가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 시황이 악화된 게 하이닉스 주식 급락의 이유다.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상반기 D램(1Gb 128M×8) 고정거래가격은 사상최저치인 0.61달러다. 7월 초 고정거래가격 0.84달러에 비해 불과 한달 만에 27% 하락했다. 현물가는 DDR3 1기가비트 128Mx8 1333MHz 7월 8일 0.84달러에서 19일 기준 0.70달러로 하락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주식관리협의회)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매각하는 것보다 일정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권단 측은 “하이닉스 매각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실사 연기를 요청한다면 받아드릴 계획”이라며 입찰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SKT나 STX 등은 실사 연기를 공식적으로 채권단에 전달한 바가 없으며 예정대로 진행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의향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이 비공식적으로 실사 연기를 요청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을의 입장이어서 채권단의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심 연기되더라도 하이닉스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에게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본입찰 연기 이후에도 하이닉스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채권단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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