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사회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RFID/USN 센터장
■주제발표
-김병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패널토론
-박현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
-신화수 전자신문 논설실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
-조규진 파수닷컴 상무
-한종호 NHN 이사
(가나다순)
‘특허전쟁’이란 단어가 생소하지 않다. 애플과 삼성간 맞소송 때문만이 아니다. 노텔 인수건 그리고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액이 높아진 요인도 특허 때문이다. 기업 보유 특허 밸류(가치)가 치솟고 있다. 26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강촌에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하계워크숍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이란 주제강연을 펼친 김병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IT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지식재산권(IPR)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IPR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단정했다.
패널토론 참여 기업인도 특허경영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마찬가지였다. 중소기업에 우려섞인 시각이 많았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는 “대기업 특허공세를 소화할 기업이 많지 않다. 중소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도 “앞으로 외국발 특허 충격이 계속 터질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방관하며 쳐다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특허로 보호될 수 있는 범위, 현 저작권 체제가 온라인 저작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 등 다양한 견해가 이날 워크숍 패널토론에서 나왔다.
◆주제강연-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김병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은 긴장과 충돌관계로 표현할 수 있다. 지재권이 혁신적 기술에 독점적 사용권을 부여한다면 공정거래법은 경쟁 촉진 및 독점 경계로 규제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충돌한다는 것이 전통적 시각이다. 최근에는 두 법이 조화 또는 보완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특허권은 특허 보호로 혁신 기술에 대한 정당한 보호로 기술혁신을 유도한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의한 경쟁을 촉진한다. 두 법은 수단은 다르지만 목표는 기술혁신을 유도하고 창의적 기업 활동을 보장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그렇지만, 구체적 사건에 들어가면 시각에 차이가 나타난다. 특허 쪽에서는 공정거래법이 관여를 안 했으면 하고, 공정거래 쪽에서는 특허 한계를 지적하고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미미한 차이를 보인다.
지재권 행사 남용 행위 유형을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라이선싱 관련 어떤 사례가 정당하고 정당하지 않느냐는 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지정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 사건에 들어가서는 범위 내에 있는지 아닌지 판단이 어렵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판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 판례가 많지 않다. 지재권이 문제가 된 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지재권 남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IT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IT경제 비중이 커지고 IT경제 하에서 지재권이 중요하다. 담합은 경쟁사업자가 모여 실시료나 기타 라이선스 조건을 결정하는 경우다. 핵심적인(Hard-Core) 것이어서 당연위법이다. 당연위법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거의 대부분 위법이다. 경쟁촉진 측면이나 국민경제 기여 없이 소비자에게 피해만 준다고 보는 것이다.
과다 로열티 징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 거래관행에 비춰 현저히 불합리한 수준의 실시료를 징수하는 경우다. 우리나라에서는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 법 위반 여부를 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담합이 아니면 실시료 제한이 없다고 보고 있다.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을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특허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 실시료를 부과한 것도 실시료 확대 부과로 남용 행위로 보는데, 이는 합리원칙으로 판단한다. 재판매 가격 유지는 라이선스를 주면서 가격을 지정하는 것으로 위반 여부는 합리원칙에 따른다. 특정사업자에 대해 실시허락을 거절하는 라이선스 거절은 우리나라와 EU는 합리의 원칙을 적용한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다. 특허권자 자유라는 판단이다.
차별적 취급도 우리나라와 EU는 합리원칙으로 본다. 미국에는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다. 차별적 취급은 거래 상대방에 따라 실시료나 기타 라이선싱 조건을 차별하는 것이다. 경쟁사업자 배제는 라이선스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것으로 실시 수량, 지역, 기간, 판매 상대방 등을 제한한다. 원칙적으로 합리원칙을 적용한다. 끼워 팔기도 마찬가지로 합리원칙 적용을 받는다. 이 밖에 기술개량 및 연구개발 제한과 부쟁의무 부과도 합리 원칙으로 본다. 부쟁의무 부과는 실시권자가 관련 특허 효력을 다루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특허풀(Patent Pool)과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관련 경우를 본다. 여러 특허권자가 보유특허를 모아 상호 간 또는 제3자에게 공통으로 라이선싱하는 개념이다. 관련 기술 탐색 비용과 특허 교섭비용을 절감하고 특허침해 소송 위험을 제거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경쟁사업자 간 담합 가능성, 실시권자의 선택권 제한 및 비용 증가 가능성, 끼워 팔기 가능성 등 부정적 측면도 있다. 경쟁사업자 간 담합은 당연위반이고 기타는 합리원칙을 적용한다. 표준화도 지재권 행사 관련 남용 행위 유형으로 분류된다. 특허 매복(Patent Ambush)은 표준 제정 후 관련 기업 시설 투자에 과다한 로열티 요구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다. 공개의무 정도 및 위반 여부가 중요하나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문제가 된다.
실시(Enforcement)와 관련 특허침해 소송이 있다. 명백한 근거 없이 다른 사업자 사업 활동 방해 목적으로 소송 절차를 남용해서다. 판단 기준으로 특허 불침해 사실을 인지한 경우와 특허 불침해 사실을 사회 통념상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가 있다.
특허전문관리회사(NPE)는 특허를 소유하지만 실시를 않는다. 기술이전 또는 소송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NPE기업 수가 2001년 50개에서 2009년 286개로 늘었다. NPE가 제기한 소송 건수는 2001년 109건에서 2009년 474건으로 증가했다.
◆패널토론
◇사회(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RFID/USN 센터장)=최근 애플과 삼성 특허침해 소송으로 특허에 관심이 높다. 지재권과 공정거래법 주제발표는 기업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대기업이 특허를 광범위하게 등록해 중소기업들이 힘들다. 몇 년 전에 인터넷에 만화를 그려 공유를 하려고 특허를 신청했더니, 다른 기업에서 포괄적으로 특허를 적용한 것 때문에 힘들다고 들었다. 예외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소화할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비용이나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김병배=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상대로 침해소송 제기 자체가 힘들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는 특허 무효율이 70%를 넘지만 그럼에도 중소기업에는 버겁다. 미국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실손에만 배상을 하게 돼 있는데 미국은 실손에 악의적 피해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붙인다. 이 경우 손해배상 규모가 실손에 많게는 10배 이상 붙는다. 악질적인 기업에 소송을 걸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소송제도도 보완이 돼야 한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최근 오픈소스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이 라이선스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표준화 노력을 많이 펼친다. 최근에는 참여업체 수가 적어 라이선스의 조인트오너십(공동소유)을 하지 않고 개별 오너십을 갖는 경우도 나타났다.
◇김병배=특허풀에 들어가면서 사업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있다. 풀에 들어간 기술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든지 개별적으로 라이선싱을 못 한다. 경쟁법 위반이라는 것이 있어서다. 그런 것이 고려된 경우인 듯하다.
◇조규진 파수닷컴 상무=비즈니스 모델 특허 등록이 궁금하다. 인터넷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비즈니스를 펼친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특허 등록시 법적으로 얼마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신청 시 얼마나 보호를 받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한종호 NHN 이사=온라인에서는 음원·영상·원음 등 저작물이 복제되면서 소비된다. 전통 저작권법에서는 복제를 금해 원저작권자를 지켜주는 법체제다. 이는 저작물이 널리 유통되면서 새로운 저작물 제작이 활성화되고 창작하는 것을 제한한다. 그래서 양쪽 입장이 대립하고 소송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다섯 살 아이가 가요를 불러 올렸는데 이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결정이 내려졌다. 저작물 활성화를 통한 창작 촉진이 필요하다. 법 원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병배=저작권의 정당한 침해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공정위 지침이 없다. 특허권에서만 지정한다. 개선돼야 한다. 앞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한종호=음원 저작물 분야 큰 이슈가 저작권자가 아닌 유통권리를 갖고 있는 음원사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려고 하는데 유통권한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 가수 윤도현씨가 30억원을 벌어도 실제 이익은 1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례도 있다.
◇김병배=저작권 문제다. 어떤 조건으로 라이선싱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계약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표준계약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요건으로 유통업자에게 라이선싱을 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음원 유통과정에서 다른 사업자를 배제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계열회사만 하면 문제가 된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신화수 전자신문 논설실장=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공정위원회가 심사대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하다.
◇김병배=인수 시 독점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사업자간 경쟁을 저해할 인수합병(M&A)은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심사해 결합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 결합 후 일부 사업부문을 다른 사업자에게 팔 것을 명령할 수도 있다. 그것을 근거로 구글이 모든 신고를 해야 한다.
◇박현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영향에 대해 다각도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 일이 앞으로 수시로 터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 국가·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궁금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뚜렷한 대책이 안 나오고 있다. 애플 스마트폰이나 아이클라우드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충격이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다. 대기업은 특허풀을 마련하고 대책을 세우지만 중소기업은 방관하며 쳐다보는 입장이다. 이런 것에 대한 대응책 또는 보안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화수=우리나라 지재권 관련 규정이 미국·EU와 비교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 같아 보인다. 전문가 시각을 듣고 싶다.
◇김병배=시대를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자율성을 존중한다. 친기업 정권이 나타나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와 EU도 비슷하다.
◇박현제=우리나라처럼 표준화가 안 되는 나라도 없을 듯싶다. 클라우드서비스를 몇 개 회사가 만들었는데 미국 프로토콜과 안 맞는다. 3개 서비스 모두 연동이 안 된다. 표준화는 안 되고 특허에 대한 대응체계나 방어체계는 없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사회=앞으로 특허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중소기업은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민간에서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부에서도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