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후 취약한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SK텔레콤은 예정대로 오는 10월 플랫폼사업 부문을 분사해 특화하고, 이동통신(MNO)-플랫폼-반도체 등으로 이어지는 범정보통신기술(ICT)사업체로 변모한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31일 서울 보라매사옥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동통신(MNO)과 플랫폼 사업 특화를 통해 유무선 통합리더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며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범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임시주총에서 10월 1일 플랫폼사업부문을 100% 자회사인 ‘SK플랫폼(가칭)’으로 분사하고, 김준호 GMS(Global Management Service) 사장을 기존 최재원 부회장, 하성민 총괄사장 외에 새로운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안을 승인했다.
김준호 사장은 SK플랫폼 대표이사 선임이 유력한 서진우 SK텔레콤 플랫폼사장이 이사직을 사임함에 따라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SK플랫폼 대표는 10월 초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하 사장은 “SK텔레콤이 지난 5~6년간 성장 정체에 머물렀지만 플랫폼 분할 등을 통해 기업가치 증대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텔레콤이 플랫폼사업을 해온 것은 10년이 넘었지만 대규모 장치산업인 MNO사업 그늘에 가려 성과 평가가 부족했다”며 “산업 특성에 맞는 의사결정체계를 갖춰 5년 후 기업가치 5조원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하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후 취약한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이닉스가 기술력과 생산력은 검증받았으나 사업 비중이 메모리에 편중돼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통신 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비메모리 제품을 생산해 ‘인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 방침은 그동안 망 투자 확대로 유지됐던 통신 사업이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이를 뒷받침해줄 기반 인프라 확대 차원으로 풀이된다. 끊임없는 시설 투자비 투자가 필요한 메모리 사업은 유지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수익성이 높은 비메모리 사업을 확대해 ‘질적인 성장’도 겨냥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팹리스 업체와 협력을 통해 통신칩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비메모리 사업 진출 가능성을 경험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팹리스업체인 엠텍비젼과 중국 모바일 솔루션 사업 진출을 위해 현지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 합작사는 엠텍비젼이 개발한 베이스밴드(모뎀) 칩세트를 기반으로 솔루션 제품으로 만들어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가 비메모리 사업 강화를 위한 생산 인프라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200㎜ 청추 M8라인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인 CMOS 이미지센서(CIS)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생산하고 있다. 낸드플래시가 주력인 M8라인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비중은 수량 기준으로 약 30%에 달한다. 이 라인을 활용할 경우, 팹리스 업체들이 설계 디자인한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자금 문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자금 규모는 예비 실사단계라 예측이 어렵다”고 운을 떼고 “그러나 대체적인 금액을 봤을 때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고 10년 분할이라 현재 SK 텔레콤 현금 흐름상 문제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주들의 불안감을 의식해 “인수 추진 발표 후 주가가 하락했으나 항상 등락은 있는 것”이라며 “합병 이후 경영을 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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