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며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긴다.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은 더욱 편하고 빠르게 정보를 얻도록 도와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인터넷 업계의 신화가 된 업체들은 모두 정보 관련 비즈니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신간 ‘생각조종자들’은 앞서 말한 긍정적 시각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터넷이 광활한 정보의 보고라는 말은 맞지만 이윤을 목적으로 한 인터넷 기업들이 정보 유통의 길목을 장악하고 통제된 정보만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이 현상을 저자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필터 버블은 한 마디로 정보를 거르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 세상에서 우리는 정보를 편식한다. 문제는 이 필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분석하는 기준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성은 의심된다. 혹시 광고주나 특정한 정치세력이 필터버블에 깊이 개입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그들 입맛대로 조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는 2010년 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검색한 결과로 필터 버블 실체를 설명한다. 당시 저자는 두 명의 다른 사람에게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정보 검색을 의뢰했다. 두 사람은 미국 동북부 출신에 고등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이다. 약간 진보적이라는 정치적 성향도 비슷했다.
이들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구글 검색 결과는 사뭇 달랐다. 한 사람은 사고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온 반면 다른 사람은 석유 회사 투자정보가 노출됐다. 정보 검색 수도 1억8000만 개와 1억3900만 개로 꽤 차이가 났다. 검색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는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이용자에게 어울리는 맞춤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필터 버블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다. 먼저 무한한 가능성의 상실이다. 필터 버블은 우리 과거 경험과 기호에 맞춰 정보를 제공한다. 우연히 찾은 정보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거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목소리를 들으며 심정 변화를 일으킬 기회를 잃는다.
다음으로 정보 누수 현상이다. 개인의 자세한 신상 정보는 광고주에게 팔린다. 인터넷에서 운동화를 아이쇼핑했다면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때 운동화 광고를 보게 된다. 만일 운동화를 구매하면 그 정보는 다시 트레이닝복 업체에 제공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인 정치적인 악용이다. 민주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인터넷이 오히려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필터 버블은 정보 내용과 배열을 조작하고 뉴스 흐름과 대중의 관심을 왜곡하는 지능적 검열이 가능하다.
이 책의 저자인 엘리 프레이저는 온라인 정치시민단체이자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인 ‘무브온’의 이사장이다. 저자는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얼마나 대중을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무기인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잠재된 무기를 장악한 자들이 대중의 생각까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 책을 통해 던진다.
엘리 프레이저 지음. 알키 펴냄. 1만5000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