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구매자들은 다음 달 중순부터 구입 1개월 이내에 제품하자가 발생했을 때 리퍼폰 대신 새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코리아가 아이폰 AS 약관 중 제품 교환 기준 및 애프터서비스(AS) 배제 기준 등을 우리나라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맞춰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폰 AS 약관은 AS 방법으로 △환불 △새 제품 교환 △리퍼폰 교환 △무상수리를 제시했지만 애플이 일방적으로 방법을 선정, 리퍼폰 교환만 시행해 소비자 불만이 컸다. 애플은 품질보증서 AS 기준을 우리나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동일하게 수정하고 방법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시정했다.
새 약관에 따르면 소비자는 구입 후 10일 이내에 중요한 수리를 해야 할 경우 제품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구입 후 1개월 이내 중요한 수리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신제품 교환이나 무상수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후에도 하자가 반복 발생하고 애플의 귀책사유 존재 시 신제품으로 교환 또는 환급받는다.
애플은 모호한 AS 배제기준도 명확히 규정했다. 품질보증 배제기준 사유를 종전 ‘타사 제품을 함께 사용함으로 인한 손해’에서 ‘결함 있는 다른 제품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로 변경했다. 탈옥폰이나, 짝퉁폰이 그 대상이다.
공정위는 애플이 10월 중순부터 새로운 약관을 적용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준범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국내 소비자는 1개월까지 신제품으로 교환가능해 구입 후 15일까지만 신제품을 제공하는 중국에 비해서도 유리하다”며 “국내 경쟁사와 동일한 AS규정을 적용하므로 소비자의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뉴스의 눈/공정위, 아이폰 약관 개정 의미 및 전망
애플의 약관 시정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동안 애플은 리퍼폰 교환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맞서왔다.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의 꾸준한 권리 찾기 노력에 글로벌 공룡기업의 소비자 정책도 바뀐 셈이다.
애플은 공정위 심사 초기 자사 AS기준이 세계 공통으로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공정위와 수차례에 걸친 법리 논쟁, 지속적인 설득과 협의과정을 통해 국내법 준수 및 AS의 품질향상을 위해 자진 품질보증서를 수정하기로 했다.
애플은 이 조치로 다른 국가 소비자와 정부에도 비슷한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가려 부각되지 않던 소비자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수 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AS정책과 함께 직영점인 ‘애플 스토어’를 운영하지 않는 것도 불만으로 제기됐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영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되며 ‘국가 차별’ 논란까지 빚어졌다. 현재 직영점이 없는 국내에선 부분 수리도 위탁 대리점이나 사설 업자에 맡겨야 해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약관 시정조치는 애플 본사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향후 국내 직영점 개설 등 후속 서비스 개선 노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으로 국내에 출시될 외산 가전제품의 AS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한국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야 한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 약관 개정을 계기로 소형 전자제품을 표시·광고법상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업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소비자분쟁 해결기준보다 불리한 품질기준 내용을 제품용기 외부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공정위 차원의 소비자 보호정책 수립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용어>
◆리퍼폰(Refurbished phone)=반품된 물품 및 고장 등의 사유로 회수된 아이폰을 분해해 사용가능한 부품들을 모아 재조립한 제품이다. 리퍼폰이 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미국에선 새 제품 가격의 50~70% 선에서 거래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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