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유영숙 환경부 장관에게 듣는다

[창간기획]유영숙 환경부 장관에게 듣는다

 블루패션 정장 차림이 청정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잘 어울리나요? 취임 초 그린카드 성공적 출범을 위해 연녹색을 입었지만 현재는 바다색을 즐겨합니다.” 녹색성장 정책 주관부처 수장으로서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표현처럼 느껴졌다.

 취임 4개월이 지난 유영숙 환경부 장관. 작은 목소리에서 비치는 연약한 느낌과 여성 장관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우려는 없어진 지 오래다.

 정부 과천청사에서 만난 유 장관은 “취임 당시보다 목소리가 커진 것 같습니다”는 질문에 “다행이군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작은 목소리 때문에 마음고생이 조금 있었습니다”면서 자신감 있게 답했다.

 “100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느낀 것도 많습니다. 환경업무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환경부 직원의 전문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국별로 구체적인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유 장관은 환경부 직원들이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가 곧 환경부 경쟁력 강화라고 생각하고 직원과 조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문제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녹색성장 실현과 국민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겠습니다.”

 유 장관은 배출권거래제는 현재 시행 중인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대폭 절감(43~68%)시켜주는 ‘좋은 규제’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행동·실천이 바탕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에너지절약, 그린카드 사용 등 녹색생활 실천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당부했다.

 

 -환경부가 규제부처라는 인식이 많은데.

 ▲정부 내에서도 환경부를 싫어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환경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지구는 우리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만 불필요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올해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PHASE2’를 선언했다. 행동과 실천이 핵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탄소 녹색성장은 행동·실천이 바탕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시행 등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국가뿐 아니라 국민과 기업도 ‘내가 먼저(Me, first)’ 자세로 녹색생활 실천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환경부에서는 녹색생활과 녹색소비를 실천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신용카드인 그린카드를 출시했다. 그린카드는 소비자가 녹색생활을 할수록 포인트가 누적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탄소라벨링·탄소포인트제 등 시장친화적 유인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국 ‘그린스타트 네트워크’와 민간단체가 협력해 ‘한 등 끄기·녹색여행·그린스포츠·에코드라이빙·녹색새마을운동’ 등 다양한 실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배출권거래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배출권거래제법안 심사를 위한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 활동에 들어갔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에서도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개 중이다. 많은 국가들이 감축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도입 시기 연기, 무상할당 비율 강화 등 산업계 의견을 대폭 수렴해 유연하게 설계했다. 환경부는 관계부처와 잘 협력해 배출권거래제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대폭 절감시켜주는 좋은 규제다.

 -내년 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8) 유치 현황은.

 ▲우리나라와 카타르가 COP18 유치의사를 표명했으나 아직까지 유치국이 결정되지 못한 상태다. 향후 한국과 카타르 간 양자협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COP18 유치 논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며, COP18 유치국은 10월초 개최되는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 회의에서 결정되거나 늦어도 11월 말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국총회는 5개 지역별(아시아·동유럽·서유럽·남미·아프리카)로 순환 개최되며, 아시아 그룹 내 다수 국가가 우리나라에 대한 지지를 표명, 우리나라가 반수 이상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UN기후변화협약에서는 의사결정을 관행적으로 회원국의 합의로 하도록 돼 있어 한 나라(카타르)라도 반대하는 경우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 녹색기술 수준과 향후 지원 방향은.

 ▲2001년부터 실시한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 40~50% 정도였던 국내 환경기술 수준이 현재 60~70% 수준으로 향상됐다. 올해부터 10년간 추진될 ‘에코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은 목표 지향형·성과 지향형 R&D 사업으로 체계화할 계획이다. 원천·시스템·플랜트 기술을 패키지 형태로 개발하는 수출 전략형 ‘글로벌 톱 기술개발사업단’과 함께, 정책기준이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자 맞춤형 기술, 구매 조건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협력형 기술 등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정책 수요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전체 환경 R&D 사업에 대한 ‘중장기 Eco-로드맵’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환경산업을 육성하고 녹색성장을 더욱 촉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산업 육성을 위해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은.

 ▲환경부는 본격적인 글로벌 환경시장 진출을 위해 ‘환경산업 수출전략 산업화’를 국정과제로 선정·추진 중이다. R&D 지원 법률을 ‘환경산업지원법’ 체제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육성시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그동안에도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지원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 제품 홍보 등 마케팅지원, 환경경영에 대한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육성책을 운영 중이지만 환경산업지원법 개정에 따라 5년 단위 국가종합계획에 다양한 육성시책을 신규 반영토록 하는 등 환경산업 육성에 더욱 노력을 다해 나갈 예정이다.

 법 개정에 따른 신규 지원제도는 △환경신기술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우수 환경산업체 지정·지원 △환경산업진흥단지 조성 등이 있다.

 -환경정책 분야 발전을 위해 추진할 국제협력 방안은.

 ▲우선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내년 COP18 유치를 추진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등 포스트교토 기후체제 설립 협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 나고야 의정서 채택 후속 논의 및 생물다양성국제기구(IPBES) 설립 관련 협상 등 국제환경협약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익을 보호하겠다. 내년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WCC)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DMZ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UNEP과 OECD 녹색성장(녹색경제) 논의에 참여해 우리나라 녹색성장을 홍보하는 등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내년 6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Rio+20 정상회의에 참가해 우리나라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전파하고,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국제 논의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공직자 비리척결 등 공직 기강확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연찬회 관련 비리사건에 이어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이 발생된 데 대해 국민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며 책임을 통감한다. 특히 업무 속성상, 깨끗함을 기본 덕목으로 하는 환경부 공직자들이 자기관리를 깨끗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다. 공직자 부패가 국민에게 불신을 야기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면에서 공직사회 청렴은 공정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발판이다. 사소한 비리조차 절대 용납하지 않는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다음과 같이 재발방지 대책을 엄중하게 추진하고 있다.

 연찬회 개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환경부 및 산하기관 직원에 대한 근무실태 및 공직기강 해이 사례에 강도 높은 암행 감찰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업체와의 유착방지를 위해 환경오염 단속공무원 중 장기근무자를 교체했다.

 -대규모 정전사태로 전력관련 공기업 낙하산 문제가 확산되고 있고, 환경부 역시 자유롭지 않다.

 ▲각 기관이 어떤 능력의 인물이 필요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그동안 추진된 사업의 연속성 관점에서 연임됐다.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역시 조직 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보면 적절한 인사로 여겨진다. 특히 국립공원은 사찰이 많은데 이사장 선정위원회 위원장이 조계종 고위 스님이었다. 이 스님이 어 이사장이 잘할 것으로 판단하고 선출한 것이 이를 대변해 준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인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은 도덕성 관점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나아가 기업 자체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멕시코 원유 유출에 따른 처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BP가 400억달러 이상 자산을 매각한 사례에서 보듯 환경에 대한 고려는 기업 존립 핵심 사안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 환경규제가 아닌 기업 환경오염 행위가 경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그 중에서도 환경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개선에 크게 기여한 기업을 녹색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기업 친환경성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녹색기업 환경 친화 노력이 더욱 치열해지고, 녹색기업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유영숙 장관은

 1955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유영숙 장관은 진명여고를 거쳐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1986년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4년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쳤다.

 199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계속했다. 2004년 KIST 생체과학연구부에서 생체대사연구센터장을 거쳐 2007년에는 생체과학연구본부장을 역임했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센터장과 연구부원장을 맡았던 유 장관은 2009년 KIST 연구부원장직에 올랐다. 그는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와 대한화학회사 이사를 지내는 등 여성 과학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동갑내기 남편 남충희씨(56)는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남씨는 ‘샌드 페블스’를 이끌고 첫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았다. 남씨와 사이에 외아들을 두고 있다.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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