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아이-해븐`에서 편안하길

 디지털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가 6일 영면했다. 지구촌은 ‘아이(i)’를 혁신의 코드로 만든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아이헤븐(iHeaven)’에서 편안히 잠들기를 기원했다.

 애플은 6일 이사회 명의의 성명에서 “애통한 마음으로 스티브 잡스가 오늘 사망했음을 알린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구체적 사인을 밝히지 않은 채 “그의 영명함과 열정, 에너지가 멈추지 않는 혁신의 원천이 됐다”며 “스티브 잡스 덕분에 우리의 인생은 풍부해지고 세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고 애도했다.

 스티브 잡스 업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필적한다. 500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과학과 미술의 결합으로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면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공학에 융합해 연이은 IT 명품을 탄생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애플 컴퓨터로 PC 시대를 열었다. 20여년이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해 포스트 PC 시대를 열었다. PC로 책상 위의 디지털 혁명을 이끌어내더니 스마트폰으로 주머니 속 스마트 혁명까지 일으켰다.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55년 미혼모 아들로 태어난 잡스는 대학 중퇴 학력으로 혁신 기업 애플을 창업했다. 이후 축출과 복귀, 희귀암 발병과 투병을 거치며 애플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한 뒤 2009년 간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길고 치열한 투병 중에도 애플의 끊임없는 혁신을 주도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냈다. 건강 악화로 올해 초 병가를 냈고 지난 8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밥 딜런과 비틀스를 좋아하던 ‘청년’ 잡스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잡스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IT업계를 넘어 세계가 애도물결에 동참했다. 애플의 공식 사이트에는 터틀넥 셔츠와 둥근 안경을 착용한 잡스 흑백 사진이 전면을 채우고 ‘스티브 잡스, 1955-2011’ 문구만이 네티즌을 맞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잡스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혁신가들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한 후 “그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산업계를 재정립했으며 인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위업을 이뤄낸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그와 함께 일해 미치도록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역시 “항상 사용자의 경험을 강조한 그는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회고했다.

 후임 CEO 팀 쿡은 성명에서 “애플은 선견지명이 있고 창의적인 천재를 잃었고 세상은 놀라운 인재를 잃었다”며 “그의 정신은 애플의 영원한 기반”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팰러앨토=성현희 기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