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3년만에 마이크론에 2위 자리 내줄 듯

매각여파로 낸드 투자 보수적인 탓

 메모리반도체 업계 2위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3년 만에 2위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매출과 영업이익률 모두 역전됐다. 하이닉스가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PC용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를 더 받은데다가 매각작업 여파로 보수적으로 낸드 분야 투자를 집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2조3000억원 안팎 매출과 2500억원 정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화증권은 하이닉스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6.7% 감소한 2조3000억원, 영업적자는 3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HMC증권도 하이닉스 매출이 2조3700억원(전 분기 대비 14.3% 하락), 영업적자는 229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2009년 2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는 셈이다. 반면에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올 4분기(6월 1일~8월 31일) 실적 발표에서 매출 21억4000만달러(2조5504억여원), 영업적자 5100만달러(608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환율 변수가 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하이닉스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하이닉스를 앞선 것은 지난 2008년 3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2분기까지 매출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률에서 앞섰던 하이닉스가 3분기에 역전을 허용한 것은 양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에서 D램 비중은 30% 선에 그친다. 낸드플래시가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노어플래시가 10%대, CIS(CMOS 이미지센서) 등 기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기준으로 D램 반도체가 73%, 낸드플래시 25%, 기타 2% 등으로 D램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지면서 하이닉스가 타격을 입게 됐다. 1Gb 기준 최근 D램 고정거래가격은 올 초보다 43% 하락한 반면에 32Gb 낸드플래시 가격은 같은 기간 29%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9년까지 낸드 분야에서 선두업체와 1년 가까운 기술 격차가 있었으나 지난해 26나노 낸드플래시를 출시, 3개월 이내로 기술 격차를 축소했다. 그러나 시장상황에 따른 엄격한 지출관리와 매각작업 여파로 적기에 낸드 투자를 못하면서 시장점유율 유지에 한계를 보여왔다.

 업계 전문가는 “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낸드플래시 비중을 분기별로 1~2%씩 확대하고 있으나 기술력에 비해 투자가 보수적”이라며 “D램 가격 회복이 늦어질 것에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낸드플래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환율 및 D램 가격 회복 등에 따라 당분간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분기별 영업이익률 비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