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는 금융계의 탐욕과 불공정에 항의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과 호주를 거쳐 마침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이 시위는 주도하는 조직도 없고, 하나의 일관된 요구 사항이나 주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 하나 둘 시위에 참여하면서 미국과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세가 커지고 있다.
주도 세력 없이도 느슨한 연결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대거 모여들어 힘을 행사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SNS의 등장과 함께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인터넷과 SNS의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SNS 공간에서의 열렬한 지지를 업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아랍을 휩쓴 ‘자스민 혁명’과 영국 런던을 무법 지대로 만들었던 청소년 폭동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소셜 네트워크에 힘입은 바 크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정치와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독일 뮌헨공과대학 연구진은 2009년 독일 연방 총선 결과가 선거 전 오간 트위터 메시지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주요 정당 및 정치인을 언급한 10만여건의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정당과 정치인이 언급된 횟수가 실제 득표율과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분석 대상이 된 10만건의 트윗 중 독일 기독민주당을 언급한 비율은 30.1%로 기민당의 실제 득표율 29%와 거의 일치했다. 사회민주당은 트위터 언급의 26.6%를 차지했고, 실제 득표율은 24.5%였다. 다른 정당들도 트윗 점유율과 득표 점유율 차이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또, 여러 정당이 언급된 트위터들을 분석한 결과 실제 정당 간 협력 관계가 그대로 반영됐다. 트위터 여론으로 선거 결과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