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인터넷을 말한다] SNS, 민주주의의 꽃 `선거`에서 꽃피다

 서울시장 야권 통합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투표가 열린 지난 3일.

 오후 들어 유모차를 끈 30대 부부, 손을 맞잡은 20대 연인커플 등이 투표장에 나타나기 시작하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층의 자발적 투표가 많아질수록 박원순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론 조사와 배심원 평가의 열세를 시민참여 경선으로 뒤집는다는 전략이었다. 사람이 직접 현장에 와야 하는 경선은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민주당원들이 경선일 오전에 대거 투표하면서 박영선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박원순 후보측이 ‘민주당 공세가 만만찮다’며 트위터로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서울대 조국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씨 등이 투표 참여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날리면서 젊은 층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반면 민주당은 더 이상 동원할 자원이 없었다.

 결국 박원순 후보는 46.31%를 득표, 51.08%를 얻은 박영선 후보와의 격차를 당초 예상보다 좁히고 승리를 확정했다. 전통 정당 조직의 ‘버스떼기’가 ‘SNS떼기’ 투표에 밀렸다는 말이 나온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끝난 이날 경선은 △‘봉고차’ vs ‘지하철’ △조직 vs 바람의 대결에 비유됐다.

 본지가 유저스토리랩의 도움을 받아 트위트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선일 전후로 박원순 후보가 언급된 트윗이 박영선 후보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경선 당일에는 박원순 후보를 언급한 트윗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SNS 민심이 이미 당락을 예견하고 있던 셈이다.

 ◇영감님(?), SNS에 눈뜨다=기성 정치인들 역시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SNS 열공에 들어갔다. SNS가 정당정치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SNS와 같은 뉴미디어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트위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회가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을 합쳐 총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4.6명은 트위터 또는 페이스북 등 SNS를 사용했다. 트위터는 10명 중 2.5명이 정치활동을 위해 현재 활용하고 있었다. 정치에서는 트위터가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어 홈페이지(23%), 페이스북(21%)으로 나타났다. 트위터가 몇년 전 유행했던 정치인 홈페이지를 뛰어넘은 것이다. 내년에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정치 채널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12년 총선을 위해 추가로 계획 중인 인터넷미디어로는 페이스북(31%)이 첫손에 꼽혔다. 트위터(19%)를 포함할 경우, SNS가 50%를 차지했다.

 ◇SNS 정치의 명암=정치의 SNS 의존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짧은 생각을 던지고 신속히 전파된 후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깊이 있고 진지한 정책적 고민이 묻힌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진지하게 생각도 하고 책도 읽어야 하는데 이미지 정치로 변해가는 건 문제다. 정치를 트위터 팔로워에게 맡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SNS에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주로 교류하고, 논리보단 ‘공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론보다는 편향성을 확대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원석·한세희기자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