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가 재난안전통신망 기술검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가 통합망 선정에 성큼 다가섰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논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왔지만 사업타당성 등을 문제로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산기술 우수성을 증명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기술선정, 정책결정 등을 비롯한 여러 논의를 거쳐야 한다.
◇2003년부터 추진-네 가지 방식 경합=재난안전통신망은 ‘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3년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경제성과 사업 목적 달성 가능성 등에서 논란이 일어 사업이 중단됐고 2011년 재개됐다.
기술로는 △테트라(리노스·KT네트워크) △아이덴(KT파워텔) △와이브로(KT) △와이브로+테트라(SK텔레콤) 네 가지 방식이 경합 중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후보 기술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기술검증을 실시해 20일 와이브로에 최고 점수를 매겼다.
◇와이브로 최고 점수, 이유는=기술 검증은 재난통신에 특화된 테트라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와이브로의 판정승이었다. 와이브로가 테트라 등 유력 후보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재난안전통신에 필요한 필수 기술은 물론이고 데이터 송수신 등 미래기술이 기존 TRS계열(테트라·아이덴)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는 필수항목을 모두 통과한 데 이어 영상통화 등 앞으로 재난안전통신망이 갖춰야 할 항목에서도 다른 방식에 비해 구현도가 높았다. TRS 계열 방식은 데이터 송수신이 일부만 가능해 영상통화, 녹화 등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검증기관인 NIA 측은 와이브로에 대해 “전반적인 기능을 만족하며 경제성도 확보돼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채택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에 테트라에 대해서는 “오래된 기술로 검증은 됐으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반 발전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영상 파악이 중요한 재난행정에서 기존 TRS 계열 방식으로는 이 같은 기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과제는 주파수 해결, 통합망 회의론도 여전=와이브로가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바로 통합망 기술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행안부는 검증 결과를 토대로 관련 절차를 거쳐 12월 중 최종 선택한다. 이후 ‘추진’이 결정되면 사업자를 선정한다. 와이브로가 선정되면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관련 업계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브로에 대해 ‘주파수 700㎒ 대역에서 자가망으로 구축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국가 통합망 자체에 대한 업계 회의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재난안전통신망 기술을 제안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각 기관이 따로 쓰고 있는 통신 방식을 연동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통합망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굳이 단일 기술로 통합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는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재난안전통신망 후보기술 기술검증 결과 출처: NIA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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