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인터넷의 위력과 위기의 제도권 정치

임주환 교수
임주환 교수

  유엔미래포럼의 예측에 의하면 2040년쯤 정당이 소멸될 것이란다. 200여년 역사를 가진 대의민주주의가 수명을 다하고 직접민주주의가 도래하며, 여론조사기관이 국민 뜻을 수렴해 각종 법률을 만들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정보통신 기술·인터넷이다.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큰 비용 없이 손쉽게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토의와 의견 수렴, 투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싸이월드), 메일, 문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게 만들었다.

 지난 8월 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180억원을 썼다. 엄청난 예산도 문제지만 투표 참여율이 핵심 쟁점으로 대두했다. 직장인은 눈치를 보며 투표 참여 여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원천적으로 선거의 비밀성이 보장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투표를 했다면 비용을 줄이고 비밀성 보장이 손쉽고 투표시간도 대폭 줄였을 것이다. 전자투표는 기술적으로 다 준비됐고 외국에 수출까지 했으나 정치권이 합의하지 않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봄 중동과 아랍에서 시작한 정치 혁명은 국민의 의사 전달을 봉쇄했던 여러 나라의 권위주의적 장기 집권체제를 붕괴시켰다. 이때 소셜 미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가을 미국 월가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비롯한 사회적 문제를 미국 정치권이 적절히 해결하지 못한 결과다. 지금 다양한 분야와 여러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미국에서 야기된 것도 따지고 보면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국민 의식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는데 제도권 정치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년간 일본에서 총리가 6번 낙마한 것과 최근 독일에서 양대 정당을 제치고 제3당이 득세하는 것도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제도권 정치를 불신하는 것은 세계사적 조류”라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세계에서 기존 정치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와해하는데, 이는 정당·노동조합·선거제도에 의한 대의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서 비롯됐다고 썼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특징인 실시간 정보 검색과 소통·개방·참여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선거로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하고 다음 선거 때까지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전통적인 대의정치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부는 정치 바람도 예외가 아니다.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가 등장한 과정을 보면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음을 알 수 있다. 쟁쟁한 당내 경쟁을 뚫고 선출된 제도권 야당 후보가 조직적으로 전폭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시민사회 후보에게 패했다. 트위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어제 끝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최종 승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2002년 대선에서, 미국은 2008년 대선에서 인터넷의 위력을 경험했다. 인터넷 강국답게 우리나라가 먼저 맛보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크다.

 인터넷을 권력 쟁취 수단으로만 쓰지 말아야 한다. 국민과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도구로 잘 활용해 위기에 빠진 제도권 정치를 제대로 회복하고,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임주환 고려대 세종캠퍼스 객원교수 chyim1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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