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만에 주인 찾은 하이닉스

 10년 만이다. 2001년 10월 채권금융기관 공동 관리에 들어간 하이닉스반도체가 SK텔레콤이라는 새 주인을 찾았다.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등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확정이다. 든든한 주인을 맞은 하이닉스는 비상할 기회를 마련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효성과 STX는 각각 인수 의향과 인수전 참여를 철회했다. SKT 품에 쉽게 안기는가 싶더니 막판 검찰의 SK 수사로 원점 검토까지 갔다. SKT는 채권단과 시장 기대에 맞게 결정을 잘 내렸다.

 SK에 긍정적이다. 이동통신에 반도체사업을 추가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이미지 개선 효과도 크다. 변변한 제조업 하나 없는 내수 그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단숨에 씻을 수 있게 됐다.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미래전략을 충실히 만들 것을 기대한다.

 하이닉스는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반도체시장 경쟁은 결국 투자 싸움이다. 하이닉스는 당장 신주발행 자금 2조원을 보태 막바지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새 주인을 맞아 더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도 큰 힘이다.

 채권단도 오랜 짐을 벗고 홀가분해졌다. 신주발행 허용과 같은 양보로써 가능했다. 반도체 산업에도 좋은 신호다. 삼성전자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메모리는 물론이고 시스템반도체까지 우리 산업 발전에 새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한 때 외국에 넘어갈 뻔 한 기업이 아니던가.

 새 주인 찾기엔 SKT 의지와 채권단 양보가 맞물렸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이닉스 임직원의 노력이다. 경영진을 비롯한 직원들은 10년간 수많은 생존 위기를 ‘눈물’과 ‘땀’으로 극복했다. 새 하이닉스가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알찬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