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 보장이 안됩니다. 설계능력 확보와 핵심기자재 개발에 집중해 시장 지향적이되 도전적인 연구개발(R&D) 과제를 만드는데 힘쓰겠습니다.”
박상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플랜트엔지니어링 PD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니면 정부가 시장과 경쟁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라며 “정부는 민간 기업이 도전하기 힘든 리스크가 큰 과제를 맡되 시장성을 지향해 산업에서 이 빠진 곳을 메운다는 생각으로 과제를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 내년도 신규과제는 2개다. 해양플랜트 설계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와 녹색플랜트 기술이 그것이다.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시추선 드릴링패키지 개발이나 녹색규제로 인해 열릴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개발 과제에 예산이 지원될 전망이다. 사업 참여주체는 비즈니스를 맡을 수요기업과 R&D에 직접 뛰어들 중소 중견기업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과제 확정은 내년 3월에 발표된다.
박상진 PD는 한국기계연구원 출신으로 4년간 정책연구실장직을 수행했으며 지난해 R&D전략기획단 출범 당시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다.
박상진 PD는 “우리나라 플랜트 산업이 외형적으로는 많이 커졌는데 체질 개선으로 내실을 기해야 하는 전환점에 와있다”며 “정부가 플랜트산업에 관심을 가진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만큼, 플랜트 산업의 이정표를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사명감으로 PD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랜트는 대기업이 이끌지만 후방에서 중소기업이 기자재를 공급하기 때문에 산업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다.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플랜트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등에 이어 세계 6위다. 앞서 달리고 있는 플랜트 선진국은 여전히 이 산업에 대한 정부투자가 높은 편이다. 세계 1위의 심해저 플랜트 개발기술을 개발해낸 노르웨이는 해당 기술에 정부의 R&D 자금 전액지원을 받아 기초기술을 확보, ‘시드머니’ 형태의 정부투자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박 PD에게 주어진 예산은 110억원 정도다. 이는 다른 산업분야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박 PD는 “플랜트를 우리나라가 그동안 잘해왔지만 캐시카우 산업을 지속적으로 돌보지 않으면 미래먹거리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진다”며 “글로벌 업계에서 방향을 잡고 선두를 달리려면 통찰력이 들어간 기술이 있어야 필요하며 투자시점을 놓치면 믿고 있던 산업도 금세 2군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