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인모션(RIM)의 스마트패드 ‘플레이북’도 이른바 ‘탈옥(Jailbreak·잠금장치 해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보안만큼은 철저하다는 RIM의 기본 원칙이 깨지면서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1일 미국 주요 외신은 세 명의 해커가 플레이북을 탈옥하고 개조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탈옥을 통해 플레이북 ‘루팅’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팅은 사용자의 권한을 강제로 최고 관리자 권한으로 높여 스마트패드 구성 요소들을 제어하거나 유료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공짜로 가능하게 해준다. 중앙처리장치(CPU)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한 해커가 플레이북으로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인 ‘훌루’에 접속한다. 현재 훌루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할 수 없는데다 앱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플레이북을 통해 훌루를 본다는 것은 탈옥을 통해 인터넷 브라우저로 연결했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한 해커가 PC 앞에서 플레이북 LED 인디케이터를 조종하는 모습이 나온다.
스마트기기 이용자에게 탈옥은 더 이상 특별한 의미가 아니지만 RIM 플레이북은 지난 7월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보안인증을 받은 바 있어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2002년에 제정된 ‘연방정보보안관리법(FISM)’에 의해 규제하고 있는데, 플레이북은 스마트패드 중에서 FISM의 인증을 받은 첫 제품이다.
RIM은 또 플레이북을 출시할 때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이메일, 연락처, 캘린더 등 주요 기능을 내장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인 블랙베리와 연결해야 쓸 수 있다.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보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외면했다. 이런 조치가 간단히 뚫리면서 이용자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RIM 측은 “현재 영상을 보며 플레이북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탈옥이 확인되면 이를 막을 패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