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중소 증권사가 금융위원회 ‘금융사 정보기술부문 보호업무 모범규준’에 명시된 ‘핵심업무 아웃소싱 제한’ 항목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칫 코스콤 파워베이스에 맡겨둔 고객원장과 업무시스템을 이관하는 데 수백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소 증권사들은 ‘핵심업무 아웃소싱 제한 규정’ 해석을 금융위에 문의한 결과 “외주 시스템을 일체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에서 정보기술 부문에 대해 외부주문 등을 할 수 없는 업무를 업무위수탁 운영기준에 반영하고 내부 인력으로 처리하도록 명시했다. 또 아웃소싱 제한은 금융업 본질적 요소를 포함하는 업무로 정의했다. 증권사 원장관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33개 중소증권사는 원장 및 업무시스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의 전체 혹은 일부를 코스콤 파워베이스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금융위는 “고객정보 유출 등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해당 금융사가 져야 하는데 현재는 책임소재 파악이 불분명하고 고객정보 보호도 어렵다”며 “핵심 업무를 증권사 스스로 운영토록 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기본 취지”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가 원칙적 아웃소싱 금지 방침을 고수한다면 ‘차세대 프로젝트’에 준하는 원장이관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콤은 1977년 증권시장과 증권업계 업무 전산화를 전담할 목적으로 당시 재무부와 증권거래소에 의해 설립된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증권사의 입장이다.
원장이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증권사당 최소 150억원으로 추정된다. 33개 증권사 전체로 보면 약 5000억원 규모로 ‘때 아닌 차세대 프로젝트’가 연이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스템 유지를 위해선 최소 20~30명 인력이 필요한데 인건비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라이선스 비용까지 매년 150억~200억원이 들어간다. 33개 증권사로 확대하면 매년 4000억~60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한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금융위가 다른 금융권과 형평성을 강조하며 코스콤도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상황”이라며 “고객정보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소 증권사가 자체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과 파워베이스를 사용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안전한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원장이관이 도저히 불가능한 중소증권사도 적지 않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금융위는 신설된 전자금융팀을 중심으로 향후 방향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연말 금융사들이 제출한 ‘모범규준 이행계획안’을 토대로 증권사 부담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적정한 방안을 도출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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