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회원가입 페이지에 들어가면 전화번호 인증을 이용한 가입 창이 위에 올라오고 주민등록번호 인증 방식 가입 창은 그 아래 나온다. 신규 회원이 되도록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해 가입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주민등록번호를 인증해 회원 가입하더라도 그 정보를 저장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 갖고 있던 주민등록번호도 폐기했다고 한다. 3500만 회원 정보가 해킹 당해 곤욕을 치룬 SK커뮤니케이션즈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다른 인터넷 업체도 차츰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말 방송통신위원회도 업무 보고를 통해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폐지’라는 해석이다.
환영할 일이다.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생각할 때 인터넷 서비스 이용 주민등록번호 요구를 당연시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앞길은 여전히 험하다. 인터넷에서 금융 거래 등의 기록은 5년 간 보관해야 한다는 전자상거래법은 어쩔 것인가? 밤 12시 이후 청소년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문제도 있다. 게임사는 청소년들의 주민등록번호를 고스란히 갖고 있어야 하나?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인터넷도 정치 논의로 불타 오를 것이다. 부정적 얘기 하나만 인터넷에 퍼져도 ‘한 방에 훅 가는’ 모습을 봐 온 정치인들로선, 뭔가 꼬투리만 잡으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인터넷을 규제하고 싶어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 관련 문제들이 사용자 자정과 필터링을 거쳐 개선되기를 기다리기 보단 규제 방망이로 해결하려 한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다. 기왕 탈규제와 표현의 자유 확대란 큰 물결에 탔다면, 이제 합리적 태도로 사용자들이 최선의 자율 시스템을 만들어 내도록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책임 있는 네티즌의 각성과, 시민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가 인터넷에서도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