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앞으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선 ‘시장선도자(First Mover)형 R&D’ 전략으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은 “이미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중국, 그리고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후발개도국 추격은 강도와 속도 면에서 우리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장추격자(Fast Follower)형 R&D 전략으로 50년 만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R&D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면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힘들고 후발국에도 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새해엔 창조적인 기술개발에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 전략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융합형 R&D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단언한다.
서 원장은 또,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FTA 체결로 경제영토가 넓어진 만큼 산업별로 FTA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R&D 지원 전략을 차별화해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동반성장 일환으로 중소기업의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예산을 지난해 600억원에서 올해 64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무역 2조달러 경제를 여는 성장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식경제 R&D 평가를 담당하는 KEIT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도전적, 혁신적 R&D와 융합형 R&D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식경제 R&D PD제도를 전 산업 분야로 확대했습니다. 총 28명 PD가 도전적, 혁신적 R&D 과제를 기획하고 이들 과제에서 성과를 내는 가이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융합형 R&D 분야에선 혁신적인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과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지식서비스산업을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융합산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IT와 제조, 서비스 등 분야를 결합하고 여기에 창의성을 얹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연구인력에 도전적이고 창의성을 일깨우는 R&D 방법은 무엇인지.
▲중장기 R&D사업인 산업융합 원천사업 기획 체계를 이번에 확 바꿨습니다. 민간기업이 창의성을 띠면서 도전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기술 목표와 개발 규격 제시, 짧은 공고기간(30일) 등으로 연구인력이 도전적인 목표를 내놓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기존 경험이 많은 연구인력만 과제를 계속 수주할 뿐 새로운 연구인력이 참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획 체계에선 수요기관이 기술·품목 관련 개략적인 목표만을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공고기간도 최장 90일까지 연장해 과제 신청 연구인력 간 경쟁 기획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습니다. 또 혁신트랙(창의 R&D과제)을 신설했습니다. 최근 3년 내 우수한 성과를 낸 연구인력에 한해 자유롭게 과제를 기획하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창의적인 연구를 유도하고 사기도 진작하는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연구개발 포상제 체계도 바꿨습니다. 앞으로 연구개발 포상제도는 현 지원방식과 달리 ‘선연구개발, 후포상금’ 방식으로 추진, 난제 기술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융합이 활성화하려면 세계의 기술 자원을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R&D 글로벌화가 선행해야 된다고 보는 데 글로벌 R&D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지.
▲국가 간 또는 기업 간에 미래산업을 주도하려는 기술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 협력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선 공동 R&D 협력 노력이 필요하고 협력 대상 범위도 해외로 확대해야 합니다. 진정한 기술강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개방형 혁신을 통한 글로벌 R&D 역량 강화가 필수입니다. 막연하게 글로벌 R&D를 외치기보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야 합니다.
KEIT는 산업 원천사업, 부품소재사업을 중심으로 개방형 혁신을 확산할 것입니다. 우선 산업원천사업 관련 해외 수요를 조사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분야와 협력 의사가 있는 유수기관(연구인력)을 발굴할 것입니다. 올해 미국·독일에 파견관을 처음 보내 해외 기업, 학교, 연구소와 접촉해 공동 R&D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해외 연구기관(연구인력) 정보를 수집할 것입니다. 향후 국내와 해외 산업별 기술 수준을 조사해 SW·나노 등 기술격차가 크면서 시장이 큰 기술과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IT를 연계하는 글로벌 융합 R&D 과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미 FTA 타결로 우리 산업 분야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들 산업을 위해 R&D 분야에서 어떠한 노력을 펼칠 계획인지.
▲유럽·미국과 FTA 체결로 우리나라 산업 환경이 분명히 변화하는 만큼 R&D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와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맞게 R&D 대응전략을 펼칠 것입니다.
우선 FTA 체결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는 산업은 자동차, 섬유 등입니다. 자동차 분야는 올해 새롭게 보강한 그린카, 스마트카 PD를 통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기획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국내 섬유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원사부터 직조, 염색, 봉제, 패션 등 분야가 협력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섬유패션스트림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반면에 의료기기 분야는 FTA로 인해 선진기업이 국내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의료기기 분야는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산업군이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인 R&D 대응이 필요합니다.
올해 10대 핵심 품목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의료기기 지원사업도 새롭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첨단 의료기기 분야는 수요자인 대형병원과 협력해 기술개발을 진행할 것입니다. 산·학·연·병원 각계 전문가가 모여 의료기기 R&D사업의 전략적 투자 방향을 모색하는 ‘의료기기 명품 포럼’ 등을 개최해 R&D 기획 단계부터 의료 현장 수요가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R&D 측면에서 대·중소 동반성장 성과와 앞으로 계획은.
▲대·중소기업 간 R&D 상생협력을 확산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중 중소기업 호응이 가장 좋았던 게 ‘수요기업(대기업) 기술개발 전략 포럼’이었습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포스코 등 대기업이 포럼에 참석해 기술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 기술전략 정보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탓에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포럼에서 대기업 기술로드맵을 파악함으로써 상생협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수요기업 기술개발 전략 포럼을 지난해 4회에서 20회로 확대, 동반성장 노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우수 상생협력 R&D 사례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 공유하는 기회도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이 밖에 컨소시엄 과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은 연구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중견기업이 주관 과제를 더 많이 수행하도록 지원합니다.
-지식경제 R&D 기술 평가관리 기관으로서 중점을 둔 고객서비스 활동은 무엇인지.
▲평가는 엄정히 하되 보다 낮은 자세로 일함으로써 연구인력이 만족하는 평가제도를 만들고 지원서비스를 개선할 것입니다. 연구인력 평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제 평가를 연간 4회에서 2회 점검으로 간소화한 녹(양호)·황(주의)·적(미흡) 신호등 평가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서영주 원장 프로필
△출생 1952년 7월생
△학력 사항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 학사
-건국대학교 경영학 석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명예경영학 박사
△주요경력
-2009년~현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2007년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2006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조정실장
-2004년 산업자원부 무역유통국장
-2003년 중소기업청 정책국장
-2001년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199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 국장
-1977년 제20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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