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오는 4월 새 문자메시지 서비스에 나선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되 기업고객에게만 과금을 하는 가격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무료 모바일 메신저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오는 4월 RCS(Rich Communication Suite) 기술 기반 문자 메시지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RCS는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 연합 단체 GSMA에서 정한 기술 표준으로, 일대일 채팅과 그룹채팅, 멀티미디어 파일 전송 등을 지원한다. 통화 중에도 파일이나 위치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한 문자 서비스는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되고 앱 실행 없이 일반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처럼 내장할 수 있다. 애플이 자사 단말기 사용자에 제공하는 ‘아이메시지’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3G 이상 사용자끼리는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 프로그램에 가입했는지’ ‘어떤 스마트폰을 쓰는지’에 따른 불편함도 없어진다.
이통사는 기존 사용자는 이 솔루션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서비스 상용화 후 생산하는 단말기에는 탑재할 예정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일반 사용자에겐 무료로 제공하거나 소규모 월정액을 받고, 기업 사용자에게는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요금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이통사 문자메시지 사업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통사들이 GSMA 회원사 중에서도 가장 빨리 RCS 기반 문자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2500만명이 넘는 국내 사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은 이통사 고유 영역이던 문자 메시지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1000만명을 넘긴 틱톡과 마이피플도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서비스 시장을 빼앗긴 채 ‘망 제공자’로만 남는 것은 이통사로선 문자 수익 감소보다 더 큰 고민거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같은 OTT(Over The Top, 다른 기업이 갖춰 놓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 업체들은 망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 이통사에는 ‘무임 승차자’와 같다”며 “어차피 줄어들 수익이라면 그들에게 사용자 기반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CS 기반 문자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소규모 벤처기업이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는 수익모델을 마땅히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자 수만 늘면 운영 기업이 비용 부담을 지기 힘들어지지만 기간사업자인 이통사는 다르다. 글로벌 연동성도 높다. 해외 이통사 역시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에 내준 서비스 시장을 되찾기 위해 RCS 표준 기반 메시지 서비스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 행사에서 RCS 기반 상용화 문자서비스를 처음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트온톡·올레톡·와글 등 지금까지 이통사가 카카오톡에 대항해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