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법무부가 세계 최대 파일공유 사이트 중 하나인 ‘메가 업로드(Mega Upload)’를 지적재산권 위반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이번에는 스웨덴에 위치한 파일공유사이트 ‘더 파이어리트 베이(The Pirate Bay, 약칭 TPB)’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전세계 음반 및 영화 산업계가 불법파일 유통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온 파일공유사이트가 바로 `더 파이어리트 베이‘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가 업로드’에 이어 ‘더 파이어리트 베이’가 수사 당국의 표적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파일 공유사이트로 5백만 이상의 등록 회원을 갖고 있으며, 350만개 이상의 파일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단순히 파일을 P2P 방식으로 유통하는 것에서 벗어나 반저작권 및 친해적(Pirate)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더 파이어리트 베이’가 위치한 스웨덴은 올 초 파일공유와 정보 복제를 핵심 이념으로 내세운 `코피미즘(Kopimism) 교회`를 종교단체로 정식 승인할 정도로 파일 공유와 정보 복제 분야의 활동가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정학적인 요인까지 가세해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영화, 음악 등 콘텐츠 업계 입장에선 ‘더 파이어리트 베이’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최근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파일 공유에 대해 보다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기가옴, 매셔블 등 IT매체에 따르면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단순한 디지털 파일의 공유 및 복제에서 한발 나아가 ‘실물’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이트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동차 부품, 스니커즈 운동화 등 ‘실물’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실물(physical objects)’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인 ‘Physibles’을 새로 만들었다. 현재 이 사이트에 가면 ‘더 파이어리트 베이’의 상징 로고인 해적선 등을 제작할 수 있는 데이터 파일을 올려 놓고 있다.
이 카테고리를 통해 이용자들은 제품의 ‘목업(Mock-up)’을 제작할 수 있는 데이터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3D 프린터 및 스캐너로 실제 목업을 제작할 수 있다. 단순히 ‘목업’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것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부품, 운동화 등 제품의 파일을 다운받아 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데이터 객체(Data Objects)`를 실물로 전환하는데 첫발을 내디뎠다며 3D 프린터와 스캐너의 보급으로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제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향후 20년안에 스니커즈 운동화의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아 제작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물 데이터를 다운받아 사용자들이 실물 제작을 하게 되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많은 상품을 선적하거나 불량품을 회수받는 등 과정이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고, 어린이 대상 노동 착취 현상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더 파이어리트 베이’측은 밝혔다.
‘더 파이어리트 베이’는 앞으로 실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사이트의 이름을 ‘더 프러덕트 베이‘라고 명명했지만 아직 로고를 제작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과연 파일공유사이트가 실물 데이터를 다운받아 제작할 수 있 사이트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지금 보다 훨씬 강력한 법적인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