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신분당선 정자역사에 입점한 도넛 가게, 이 곳을 운영하는 곳은 도넛 체인점 본사가 아니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원방송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성남·분당지역에 매장 3곳을 열고 도넛을 판다. 곽영빈 대원방송 사장은 “PP만 운영해서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고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다”는 말로 도넛 체인점 사업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애니원·애니박스 채널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PP 중에서는 CJ E&M 투니버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크지만 자체 제작을 위한 투자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25일 PP 업계에 따르면 방송 수신료, 광고만으로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워진 회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PP 사업 중 방송사업 외 수익이 더 큰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1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경제정보PP 11개사 방송사업수익은 521억원인 반면에 기타사업수익은 1410억원을 기록했다. 이데일리TV, MTN 등 증권 정보 채널은 자체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등을 고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음악PP 11곳은 방송으로 506억원, 기타사업으로 1266억원을 벌었다. 음원 판매 산업 덕분이다. 이를테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PP 사업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2010년 홈쇼핑 ·보도채널을 제외한 148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중 약 50%인 73개사가 영업 손실을 냈다. 지상파계열·MSO계열 채널을 제외하면 비율은 더 올라간다. 개별PP 영업이익률은 평균 3.7%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종합편성채널 4개 보도채널 1개가 늘었다. 지상파 계열PP,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계열PP도 숫자를 늘려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입자 규모가 가장 큰 아날로그 케이블TV 채널 약 80개 중 개별PP가 들어갈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이들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진다. 지금은 마케팅 차원에서 합작사 형태로 국내에 진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할 가능성이 높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니켈로디언, 월트디즈니, 폭스, AXN 채널 등 글로벌 기업 계열 PP는 채널 마케팅에 수십억원을 들일 수 있는 회사들”이라며 위력을 설명했다.
박성호 개별PP방송발전협의회장은 “부대사업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면서도 “많은 개별PP들이 신사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사업을 찾기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