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의 중복 규제 문제가 심각하다. 이중, 삼중 규제로 산업계,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 정작 주무 부처가 밀려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게임 규제다.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까지 가세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제 역할을 잃었다. 세 부처 모두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등 본질이 같은 규제를 편다. 교과부는 더 나갔다. 여러 부작용이 우려돼 사실상 폐기로 가닥이 잡힌 게임부담금 제도까지 부활할 태세다.
통신 중복 규제 논란도 다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 통신보조금과 관련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조사를 통해 통신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업계는 비슷한 사안으로 두 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다며 반발한다. 방통위도 공정위의 영역 침범을 내심 불쾌하게 여긴다. 두 기관이 해묵은 영역 다툼이 다시 재연된 양상이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의결했다. 금융 관련 분쟁 조정과 사실 조사 등 다양한 권한도 부여했다. 금융감독원 산하 기관이나 사실상 독립기구로 운영된다. 금감원과 역할이 분담됐다고 하지만 조사대상인 금융기관 입장에선 크게 다를 바 없다. 정작 이름과 달리 소비자보호업무가 뒷전에 밀려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업의 불법적인 행위야 늘 감시하고 제재해야 마땅하다. 행정의 역할이다. 중복 규제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단일 규제로 인해 생길 비리를 견제와 균형으로 막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행정 대상이 되는 기업의 부담을 이중, 삼중 가중시키는 규제라면 곤란하다. 기업들의 문제 제기도 여기에 집중됐다. 최근의 움직임이 정권 교체기에 잦은 규제 쟁탈전으로 번질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