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후 간담회에서 자녀의 게임 몰입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 학부모의 하소연을 듣고 “밤도 새지요.”라고 말했다.
현상을 정확히 짚은 되물음 같지만, 사실은 게임의 부정적 측면이 대통령의 인식에 각인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문화콘텐츠 수출기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게임에 대해 “공해적 측면이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국산 게임이 대외 경쟁력과 수출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사회·공공의 목적면에선 `공해`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6일 정부 담화문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게임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게임이용 시간도 언급했다.
게임 환경 개선을 불가피한 교육적 접근이라고 설명하지만, 게임을 대하는 출발 자체가 `이대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행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뜯어 고치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게임에 대한 정부 고위층의 현재 인식에는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 그냥 “나쁘다고 하니까”에 가깝다. 학교폭력의 주원인이 게임인 것처럼 정부가 설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서 게임이 건전해지면 학교폭력이 없어질 것이냐에 대해선 아무도 분명한 답을 하지 못한다.
국민 세금을 갖고 게임산업을 키우고, 육성해야 할 주무부처인 문화부 장관의 인식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6일 “게임기업의 여러 가지 사회적 기여가 있었지만, (출연금) 의무화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규제권을 일원화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주무부처 장관이 민간 출연 의무화를 주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