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인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특허 침해 소송 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조희래 변리사를 포함한 8명이 제출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전원 일치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변호사에게 특허 침해 소송 대리권을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변리사 측에서 주장하는) `부당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특허 소송침해 시 변리사에겐 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민사소송에서 변호사만 소송대리인을 맡을 수 있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침해 분쟁이 있을 경우 민사소송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변리사는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
변리사 소송대리권 관련 헌법 소원 사건의 시작은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표권 침해를 받은 한 모씨가 서울고등법원 재판을 받을 때 변리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고등법원은 변리사는 소송대리인 자격이 없다며 `원고 불출석 처리`를 내렸다. 변리사측에서는 소송절차 중지 요청을 했으나 법원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9월 같은 사건을 다시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으로 들어갔으나 서울고법은 재차 원고 불출석 처리해 결국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한 모 씨는 2010년 12월 헌법 소원 청구를 냈다. 동시에 조희래 변리사를 포함한 8명은 “민사소송법상 변호사 이외에는 소송대리인 자격이 없다는 것이 변리사법 8조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2010헌마740사건)을 청구했다. 변리사법 8조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한 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2010헌바459사건)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 결정에 대해 대한변리사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미 대법원 판결에서 기각돼 상표권이 무효됐기 때문에 상표권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심판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모씨의 사건 자체가 헌법재판소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헌재 결정에 대해 변리사회에서는 즉각적인 유감을 표시했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대변인은 “헌재 재판관의 보충의견으로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권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추후 변리사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단순히 변리사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과학기술계 전체의 염원이었던 만큼 과기계와 함께 국회에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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