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설비, 태풍에 약해도 너~무 약해

국내 태양광 설비가 태풍 등 강풍 피해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설치 기준이나 조건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접수한 태풍 볼라벤·덴빈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피해는 총 19건이다. 이 가운데 1건(태양열)을 제외한 18건이 모두 태양광 피해사례다.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최근 태풍으로 모듈이 떨어져 나갔다.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최근 태풍으로 모듈이 떨어져 나갔다.

가장 많은 피해사례가 보고된 곳은 전남·전북지역으로 태양광 모듈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거나 인버터가 분리되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남도 소재 한 화력발전소는 소규모로 설치한 태양광 설비에서 모듈 일부가 분리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제주도 서귀포 해안의 한 태양광 설비에서도 모듈이 분리·파손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업계는 에너지관리공단에 접수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피해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등으로 거주지 주변에 건설된 소규모 태양광 설비는 견고하게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설비 설치 안전기준이 너무 낮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 설비는 국내 건축물 시설물 내풍 설계기준인 25~45m/s에 따라 보통 평균풍속 약 40m/s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볼라벤의 순간 최대풍속은 51.9m/s까지 올라갔으며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는 60m/s를 기록하는 등 태풍의 강도가 커지고 있어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내풍 설계기준은 10분 평균풍속이기 때문에 평균풍속 40m/s에 따라 설치하면 이론상으로는 순간풍속 60m/s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풍 때문에 바람의 변화가 심해지고 순간 최대풍속이 비교적 장시간 이어지면 태양광 설비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약 20㎏의 태양광 모듈은 볼트·너트로 지지대와 고정돼 있을 뿐 강풍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는 없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등으로 순간 최대풍속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태양광 설비를 평균풍속 60m/s까지 견딜 수 있도록 기준을 높이고 국가차원의 시설물 설치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