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은 창의 경제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콘텐츠 등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겠다는 게 새로운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창조 경제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지식재산(IP)`이다. 때맞춰 새정부는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했다. 연구개발(R&D), 지식재산 권리화, 사업화 단계 등 기초 연구에서 산업 응용까지 일관성 있는 IP정책을 위한 청신호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특허출원 세계 4위 국가로 우리 IP 경쟁력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IP강국 이름에 걸맞도록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식 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IP강국을 위한 로드맵을 그렸다.
◇IP, R&D 방향을 제시하는 잣대
정부 R&D 업무 대부분을 미래부에서 담당한다. 지금까지 R&D 지원 정책은 너무 기술 개발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쓸모 있는 기술인지 산업에 응용 가능한 기술인지 판가름하기 위해 R&D 단계에서 IP를 염두에 둬야한다는 주문이 많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대표는 “아직까지 R&D 성과물인 특허 질이 낮아 쓸모없는 것도 많이 출원한다”며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과 지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거래 시장을 만들거나 기술 이전을 활성화 하는 등 IP 활용을 위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거래 활성화를 통해 IP 질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허 출원 건수에 치우친 R&D 양상도 문제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는 “IP를 위한 IP가 아닌 R&D를 위한 IP가 돼야한다”며 R&D와 IP가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 미래부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말했다.
◇IP 컨트롤 타워 기능 필요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이 미래부 산하로 들어가면서 IP 정책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한 동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IP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 부처에서 IP 전략을 담당하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여전히 총리소속으로 컨트롤 역할을 하겠지만 기존보다 힘이 덜 실릴 것이란 예측도 있다.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IP는 단순히 한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범 부처 이슈다”며 “총리실에서 미래 IP 전략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기획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부에서 IP전략기획단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범부처 조정기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명신 지식재산포럼 회장은 “미래부에서 IP 전략기획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힘들다”며 “범부처 의견을 취합하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처별 상호 충돌하는 IP 정책 조정을 한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임호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장도 “R&D 기획 단계서부터 선행 특허 조사, 특허 출원 분쟁 예방 교육, 분쟁시 대응 지원, 권리 보호 등 각 단계에서 지원하는 총괄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미래부,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중소기업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적절히 분담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 육성이 곧 시장 활성화
2010년 UN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IP 서비스 수출액은 24억달러다. 미국 918억달러, 일본 257억달러에 비하면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특허 검색, DB, 조사, 분석, 출원·등록, 관리 등 IP 관련 산업 육성의 시급함을 알리는 대목이다.
지난해 발명진흥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정부에서 IP서비스 산업 육성 시책을 매해 발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IP 산업 육성 방안으로 `민간 시장 확대`와 `전문가 역할 확대`를 제시했다. 이형칠 윕스 대표는 “IP 산업도 시장이 확대돼야 성장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공공영역에서 관리하는 부분이 많다”며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게 맡겨둬 시장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을 구분해 불필요한 예산을 쓰는 것보다 서비스업 자체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새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과학기술정책이 미래 우리나라 먹거리로 확실히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IP 전문가 역할이 확대돼 IP 연계·기반 창조경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배,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