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2호 사업자 줄줄이 퇴출…"더 이상 시장 유지 어렵다"

통화 쿠폰, 선불 국제전화카드 등 선불통화서비스 이용권을 팔던 별정통신2호 사업자들이 줄줄이 퇴출됐다. 정부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한 보증보험 가입 규정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소비자 대부분이 다량의 음성통화·문자메시지와 데이터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사실상 선불통화서비스 시장도 끝났다는 분석이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유어넷·공일공소프트·민택기술 등 4개 기업이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을 취소당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보증보험을 갱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 중소 별정통신사업자의 선불전화이용권을 구입한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보증보험 의무화를 도입한 결과,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사업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무려 81개 사업자가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이 취소됐다. 대부분은 법에 규정한 기술인력 인원 충원·공개 의무를 위반하거나 보증보험을 갱신하지 않아서다. 지난해에도 터치링·케이에이치텔레콤·위즈텔 등 3개 사업자의 등록이 취소됐다. 등록이 취소된 사업자는 더 이상 선불통화 이용권 등을 발행할 수 없다. 올해 등록이 취소되는 사업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3년 동안 100개가 넘는 사업자가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사실상 별정통신 2호 사업자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별정통신 2호는 자체 교환 설비 없이 기간통신사업자, 즉 기존 통신사의 설비를 이용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호집중과 재과금이다. 호집중은 여러 지역에서 고객을 모집, 통신사에 단일고객으로 다량 할인을 받아 그 차액으로 수익을 남기는 서비스다. 재과금은 기간통신사업자의 다량이용할인제도를 이용, 자신의 가입자에게 재과금하는 방식이다. 주로 `선불통화권` `문자쿠폰` 등의 이름으로 많이 쓰였다.

과거 정부는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자본금 3억원·기술인력 1인 이상만 보유하면 별정통신 2호 사업자 등록을 가능토록 해 사업을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선불통화서비스 이용권을 남발하고 수익을 챙긴 후 폐업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용권 발행액만큼 보증보험 가입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다량의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 서비스를 묶은 요금제가 일반적으로 쓰이면서 사실상 별정통신 2호 상품의 매력도 줄었다. 별정통신사업자가 구매할 때 내는 망 대가가 소비자가 내는 통신비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음성과 문자를 싸게 묶은 요금제를 제공하면서 선불통화권 사업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SK텔레콤 `T쿠폰`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직접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소 별정통신사 입지를 좁히고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